올해 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프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미국 서부의 40대 여성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여성들은 오바마 지지자인 클루니가 여는 행사에 나와 기꺼이 선거 자금을 냈다. 캠프는 동부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고 싶었다. 캠프가 선택한 인사는 뉴욕 배경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였다. 6월 뉴욕에서는 그가 참석한 오바마 후원 행사가 열렸다.
오바마 캠프가 유권자와 지역에 따라 맞춤형 행사를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터 마이닝’이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7일 “오바마가 2008년에는 영감으로 이겼다면 2012년에는 노력으로 당선됐다”며 승리의 비결로 정보 분석에 기반한 선거운동을 꼽았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도 7일 “정보에서 통찰력을 뽑아내는 컴퓨터 전문가들이 경험과 직감에 의존하는 선거 전문가들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며 “정치에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 마이닝 기법은 비밀이었다. 시카고의 캠프 구석에 자리잡은 데이터 마이닝팀 사무실에는 내부 인사의 출입도 제한됐다. 벤 라볼트 대변인은 “데이터 마이닝은 우리의 핵무기 코드”라고 밝혔다. 타임은 승리 확정 후 공개 조건으로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소개했다.
오바마 캠프는 2008년 대선이 끝난 후부터 재선을 겨냥, 데이터 마이닝팀을 강화했다. 인원을 5배 늘렸고, 슈퍼마켓 판매에 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레이드 가니에게 책임을 맡겼다.
데이터 마이닝팀은 유권자ㆍ기부자ㆍ자원봉사자의 명단, 휴대폰 번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아 일원화된 시스템을 만들었다. 오바마 캠프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나이, 성별, 인종, 주소, 투표기록 등 유권자 정보를 종합해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맞춤형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 등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했다. 접촉해야 할 유권자 목록도 이름이 아닌 설득 가능한 순서에 따라 작성했다.
데이터 마이닝은 모금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누구의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냈을 때 후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를 분석해 서명을 미셸 오바마, 조 바이든 등으로 바꿨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모금에서는 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불편 때문에 한번 모금에 참여한 사람이 다시 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활용했다.
경합주에서도 데이터 마이닝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하이오에서는 유권자 2만9,000명의 정보를 모아 활용했다. 캠프 총괄책임자 짐 메시나는 오하이오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나는 누가 투표할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표를 얻을지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승리를 확신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마이닝팀은 컴퓨터로 매일 6만6,000회 가상선거를 하며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승리 가능성이 있는 경합주에 자원을 집중했다. 데이터 마이닝의 위력은 선거가 끝나면서 입증됐다. 경합주에서 오바마 캠프의 예측과 실제 결과 간 차이는 0.5%포인트 미만에 불과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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