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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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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존중해야

입력
2012.11.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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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9일 대통령 선거때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두고 펼쳐지는 정치적 양상은 매우 당혹스럽다.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져 후보 단일화로 소란스럽더니,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감 후보들이 이제는 정치논리에 휘말려 대선정국의 대리전을 치르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교육계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양분되어 갈등을 겪고 있는지 모르나 분명한 것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자녀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에 정치논리는 최대한 배제되어야 한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생을 마칠 때까지 수 십년의 개인 미래를 결정 지을 현재의 교육을 짧게 지나가는 정파의 이념에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이끌고 나갈 미래 세대의 교육에 보수가 어디 있으며 진보가 무슨 소용인지 묻고 싶다. 교육현장에는 오로지 우리 자녀들의 소질과 재능을 어떻게 하면 잘 발견ㆍ육성하여 성공적인 인간으로 계발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교육논리만이 존재할 뿐이며, 이를 잘 구현하는 것이 교육계에게 맡겨진 기본임무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독재국가, 전체주의 국가, 군국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정치논리로 인간을 육성하는 경향이 강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정치논리보다 교육논리로 인간을 육성하는 나라가 진정 민주국가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에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명시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교육이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되고 운영된다면 정치인들에 의해 조작된 인간만이 육성될 것이다. 이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말살하는 비인간적인 행위이자 비민주적인 행위이다.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이 바로 교육자치이다. 교육자치제도는 결국 교육논리에 의해 학생들을 개인의 교육적 의지와 필요를 충족시켜 건전하고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기르고자 하는 중요한 제도인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교육자치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이유도 교육에서의 정치논리를 최대한 배제시키고 자주적 교육논리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자들이 정당과 연계되면 될수록 교육자치는 더 이상 설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감 직선제를 반대하고,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와 통합시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는 시ㆍ도지사에게 교육을 맡기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데, 금번 교육감 후보들의 정치적 행위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에 재선거를 치루면서 교육자치 무용론이 대두되어 한국에서 교육자치가 사라진다면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교육감이 된 사람들은 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자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이 정치논리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각자의 소질과 재능을 이끌어 내어 최대한 육성함으로써 개인의 자아실현에 봉사해야 한다는 교육논리에 의해 행해지는 것을 원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진보든 보수든 서울시교육감 후보자들은 지금이라도 정치적 연대와 행위를 접어야 한다. 한국교육사에 교육자치정신을 훼손한 사람들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교육자치제도를 개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교육자치도 일반자치처럼 기초단위 교육자치를 도입하여 교육감에게 집중된 권한을 교육장에게 이양함으로써 교육감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아무쪼록 다음달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정치나 이념의 논리를 뛰어넘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실천하며, 나아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ㆍ학부모들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사람이 교육감으로 선출되기를 바란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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