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끝내는 김민정 시인
"일일연재 마감시간 중압감… 3일씩 번갈아 쓰는 만큼 더 깊은 글 나올 것 기대"
소설가 김도언
"한국일보로 등단 후 또 인연… 부인 김숨도 축하해 줘수년째 일상 관찰 글 써와"
신해욱 시인
"순발력·지구력 동시 필요… 내 詩作에도 도움 될 것남편 이장욱, 시샘섞인 걱정"
매일 200자 원고지 석장 반에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한국일보 에세이 '길 위의 이야기'가 새 필자를 맞는다. 지난 1월부터 10개월여 간 발랄한 문체로 일상을 돌이키면서 한국사회에 비판적인 시선을 던진 시인 김민정(36)씨에 이어 12일부터 소설가 김도언(42), 시인 신해욱(38)씨가 '680자의 길' 위에 선다.
2003년 성석제씨를 시작으로 김영하, 이순원, 황인숙, 이기호, 김종광, 하성란, 정일근씨 등 소설가ㆍ시인이 연재한 '길 위에 이야기'를 필자 두 명이 번갈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 '길 위의 이야기'는 신씨의 글이 월ㆍ화ㆍ수요일자에, 김씨가 목ㆍ금ㆍ토요일자에 번갈아 실린다.
'바통 터치'를 위해 신ㆍ구 필자가 지난 5일 서울 소공동에서 만나 격려와 덕담을 나눴다. 연재를 마치는 김민정씨는 "매일 연재라 마감 시간에 맞춰 글 소재를 찾고 쓰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었다면 아마 마감시간을 맞추지 못했을 것 같은데 그때마다 선배 문인들의 연락이 용기를 주었다"며 "앞으로 두 사람이 번갈아 연재하는 만큼 더 깊이 있는 글이 나올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새 필자는 공교롭게도 둘 다 배우자 역시 문인이다. 김씨의 부인은 소설가 김숨씨, 신씨의 남편은 시인ㆍ소설가 이장욱씨. 앞으로 '길 위의 이야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할 것 같은 두 배우자에게서 필자들은 질투 어린 축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숨이 '길 위의 이야기'를 연재 했던 필자들이 쟁쟁한 문인이었다며, 한국일보와 좋은 인연으로 다시(김씨는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만난 걸 축하해주었죠."(김도언) "연재 청탁 전화 받았을 때 남편이 '당연히 해야지'라고 하다가, 막상 연재하기로 했다고 하니 '어떻게 쓰려고 그러냐'고 걱정하더라고요."(신해욱)
"황인숙 시인, 이기호 작가 연재 때부터 '길 위의 이야기'를 애독해왔다"는 김도언씨는 "수년 째 매일 일상을 관찰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스마트폰으로 원고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신해욱씨는 "'길 위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건 순발력과 지구력이 동시에 필요한 것 같다"고 각오를 말했다. 신씨는 "한편으로 '시와 장편소설을 쓸 때 감각이 다 필요한데 내가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 연재가 끝난 후 제 글 스타일이 달라질 것 같다"며 기대도 표시했다.
김도언씨는 1999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집 과 장편 등을 냈다. 올해 초에는 계간 에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2004년부터 5년간 쓴 에세이를 모은 은 김씨의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준 작품집이다. 뛰어난 출판기획편집자로도 소문이 자자한 그는 샘터, 생각의나무, 열림원 등 중견 출판사를 거쳐 현재 웅진지식하우스 문학 임프린트 '곰'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이어령의 , 이해인 수녀의 , 최인호의 등이 그가 만든 책이다. 김씨는 이번 연재에 출판계와 문단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을 담아낼 생각이라고 한다.
신해욱 시인은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2010년에는 계간 에서 기획한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시인'에 선정됐다. 투명하고 서정적인 시는 물론 격조 높은 산문으로, 문단에서 '두루 글 잘 쓰는 시인'으로 통하는 신씨는 올해 초 산문집 을 냈다. 경기 성남에 있는 가천대에서 북한문학 연구원으로 일하며 한 달에 두어 번 서울 창동 작업실에 들른다. 이 코너에서 생활 터전인 광주광역시의 고즈넉한 삶과 소설, 영화에서 보거나 살아가면서 만난 인간군상을 유려한 문체로 그려낼 계획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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