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8일 부결된 가운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여야 이사진들은 김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추진했으나 막판에 여권 인사들이 개입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날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철저히 속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위원과 MBC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여당 추천을 받은 김충일 방문진 이사는 10월 초 김 사장 해임을 위한 결의문을 노조와 다른 이사들에게 제안했다. 170일간 이어진 MBC 파업의 책임을 지고 김 사장과 노조 위원장이 동반 사퇴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 결의문에 대해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야당 추천 3명은 물론, 여당 추천으로 9기 방문진에 새로 합류한 이사 3명도 찬성,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는 주장이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과반수가 결의문을 채택했는데도 김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이 이사들을 중심으로 해임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이사는 지난달 24일 돌연 "(결의안 채택) 진행이 힘들게 됐다"고 이사들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양 위원은 전날인 23일 저녁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충일 이사에게 청와대 하금렬 대통령 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 '김재철을 지켜라'는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청와대, 새누리당과 방문진의 주요 의사결정을 조율해왔다.
결국 결의문 채택은 무산됐고, 지난달 25일 방문진 이사회에 상정하기로 했던 김 사장 해임안조차 8일로 연기됐다. 야당 이사들은 "다시 한 번 여당 이사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8일 열린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이사들은 김 사장 해임안을 반대 5표, 찬성 3표, 기권 1표로 부결시켰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23일 하 실장, 김 본부장과 통화한 적은 있지만 김 사장을 지키라는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결의문을 갖고 설득하던 중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반발해 그만 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 실장과 김 본부장도 "(김 사장을 지키라는)그런 내용의 통화를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 위원은 "결의문 채택 추진이 중단된 것에 대해 김 이사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변명하다가 본인이 말한 내용이어서 다른 설명도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한 "증인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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