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애호가들이 가장 기다리는 달, 11월. 해마다 상차림이 가장 화려한 시기이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이달의 주요 연주 일정을 클래식 입문자부터 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수준과 취향별로 정리해봤다.
입문자도 만족할 만한 공연
독주회를 여는 중국계 첼리스트 요요 마, 수원시립교향악단(지휘 김대진)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랑랑은 대중에 친숙한 연주자다.
요요 마의 리사이틀은 4년 만이다. 지난 봄과 2010년에는 실내악단 실크로드앙상블과 함께 무대에 섰다.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 데 파야의 '7개의 스페인 가곡', 메시앙의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등을 연주한다. 공연 칼럼니스트 한정호씨는 "이 시대 첼로의 제왕이라 불리는 요요 마가 누구인지 확인할 기회"라고 말했다. 랑랑은 4년 만에 독주 아닌 피아노 협주곡으로 무대를 꾸민다. 이전과 다른 면모가 기대된다.
라트비아 출신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 연주회는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공연이다. 베토벤 교향곡 2ㆍ3번(20일), 6ㆍ7번(21일)을 들려 준다. 최고의 지휘자와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들려 줄 베토벤에 대한 음악 팬의 기대가 높다.
중급 애호가에 걸맞은 한국 교향악단
국내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와 KBS교향악단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 연주회는 잇따른 거장의 내한 공연과 비교해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점검해 볼 기회다.
9월 재단법인으로 새로 출범한 KBS교향악단은 지난달 태풍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었지만 이번 공연이 사실상 본격적인 법인 출범 후 첫 연주회다. 상임 지휘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러시아의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함께 선다. 차이콥스키 관현악 모음곡 3번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며 2005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인 알리나 포고스트키나가 협연자로 나선다.
한국의 대표 지휘자 임헌정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내한 연주회(6일)의 협연으로 호평을 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마니아들이 기다린 루푸와 에마르
음악 마니아들은 연초부터 처음 내한하는 두 명의 피아니스트를 손꼽아 기다렸다. 서정적인 연주(lyricism)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는 2010년 내한하려다 공연 직전 건강 상의 이유로 일정을 취소했다. 슈베르트 해석이 탁월한 연주자다. 이틀 일정 중 첫날은 슈베르트 독주곡만, 둘째 날은 코리안 심포니(지휘 이대욱)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3번과 4번을 연주한다. 공연 전문지 '객석'의 박용완 편집장은 "음반과 해외 공연으로 명성을 쌓은 '거장의 시대가 남긴 마지막 기인' 루푸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감상할 수 있다"며 특히 둘째 날 공연을 추천했다.
현대음악 전문가인 피에르 로랑 에마르에 대해서는 "동시대 관객으로서 꼭 한 번은 만나야 한다"는 음악 애호가들이 많다. 그의 대표 레퍼토리인 리게티의 에튀드 여섯 곡과 최근 드뷔시 탄생 1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드뷔시의 프렐류드 전곡 중 제2권의 여섯 곡 등을 연주한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씨는 "그의 지성적 연주를 통해 이 시대 피아노 연주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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