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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속 격무가 부른 폐암 말기 경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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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속 격무가 부른 폐암 말기 경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주오"

입력
2012.11.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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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달 평균 28일을 출근하며 살수 있을까 싶은데 서울 수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하병무(39) 경사가 그랬다. 게다가 교통사고 조사라는 업무 특성상 보통 하루 6시간은 대로 위에서 매연을 벗 삼아 일해야 했다. '24시간 근무-12시간 잔무-24시간 휴무'라는 3교대 근무 원칙대로라면 한 달에 10일은 쉬어야 하지만, 휴무일에 쉬어본 게 몇 번인지 꼽기도 어렵다.

더구나 서울 시내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강남역 주변이 그의 담당이었다. 하루 접수되는 교통사고는 평균 25건. 이를 처리해야 하는 경찰관은 단 3명이라는 여건을 생각하면 휴무일에 쉬겠다고 고집할 수 없었다. 12년 경찰 경력 중 경비, 행정, 지구대 업무만 하다 처음 접하는 교통사고조사 일을 빨리 익힐 욕심에 초과 근무를 자처한 탓도 있었다. 교통사고조사계로 발령받은 2010년 12월부터 자의반 타의반 이런 격무가 이어졌다. 지난 8월 강남의 한 병원에서 척추와 골반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폐암 4기라는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키 183㎝, 몸무게 79㎏에 태권도 3단 자격증까지, 건강이라면 남부럽지 않았던 하 경사는 암 선고를 받은 뒤 쇠망치를 얻어맞은 듯 했다. "결혼 9년 만에 첫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병원으로부터 폐암 판정을 받았어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경찰공무원은 시민들에 모범이 돼야 한다'며 술 담배도 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엄격했던 그였다. 하 경사는 "판정을 받고 보니 지난해 말부터 부쩍 피로를 쉽게 느끼고 언제부턴가 기침을 달고 살았던 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현재 동료들은 하 경사가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할 탄원서를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400여명의 동료 경찰관이 서명했다. 폐암의 원인이 업무 때문이라는 진술서도 모으고 있다.

한 동료 경찰은 "하 경사는 업무 특성상 휴일 없이 늘 매연 속에서 일해야 했다"며 "가족력도 없는 하 경사가 폐암에 걸린 데에는 이런 업무 형태와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 경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수서경찰서 공무상재해 담당부서 관계자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인정해주는 공상재해는 대부분 골절 등 외상"이라며 "허리디스크 같은 내상조차 90%는 기각된다"고 설명했다. 담당의사 소견서에 '근무로 인해 폐암이 진전됐다'는 언급이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동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수서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경찰공무원은 자신보다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며 일하는 직종"이라며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 경사는 질병 휴직을 내고 강남의 한 종합병원을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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