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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하 하든지 말든지…" 국가장학금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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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하 하든지 말든지…" 국가장학금 퇴색

입력
2012.11.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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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등록금을 자발적으로 낮추면 해당 대학 재학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국가장학금 제도의 기본 골격이 1년 만에 대폭 후퇴했다. 대학의 등록금 인하 등 자구노력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2유형 장학금 예산을 줄여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와 고통분담 유도 취지는 퇴색했다. 등록금 수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혜택을 더 받게 된 사립대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7일 내년 총 2조2,500억원의 국가장학금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5,000억원 늘었다.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낮추고 내부 장학금을 확대하면 정부가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해당 대학 소득하위 70% 이하 가정의 재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은 올해 1조원에서 내년에 7,000억원으로 축소된다. 대신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 노력과 상관없이, 재학생 가정의 소득수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1유형은 올해 7,500억원에서 내년 1조5,5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올해 한차례 등록금을 인하했기 때문에 2년 연속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감안했다"며 "또 소득하위 70% 이하 계층에게 정부가 보다 직접적이고 두텁게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과부가 설계한 국가장학금 제도는 애초 1유형과 2유형 예산이 7,500억원씩 같았다. 그러다 국회에서 2유형에 2,500억원을 더 투입키로 해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노력과 연계된 2유형이 국가장학금 제도의 근간이었다. 1년 만에 이런 틀이 뒤집어진 것이다.

국가장학금 2유형의 실패는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 인하에는 인색한 사립대들과, 이런 사립대들에 끌려 다니며 제도 개선은 뒷전인 교과부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감사원은 주요 대학들이 예산편성을 뻥튀기해서 등록금을 매년 평균 12.7% 부풀려 받았다고 발표했었다. 그만큼 등록금 인하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등록금을 과도하게 받고 쌓아놓으면서 지난해에만 사립대 40곳의 적립금이 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주요 사립대들은 등록금을 2% 안팎만 인하하는데 그쳤다. 등록금 부담이 훨씬 덜한 국립대들이 오히려 약 5% 인하했다.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 폭이 적었기 때문에, 이에 연계해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은 1조원 중 3,000억원이 남았다. 이 돈을 국가장학금 1유형으로 돌려 애초 책정된 것보다 많은 9,300억원 정도가 올해 투입됐다.

사립대들이 부풀려진 전년도 예산을 토대로 다시 다음해 예산을 편성하는 예산 뻥튀기가 계속되기 때문에, 실제 재정집행이 반영된 추정결산을 토대로 다음해 예산을 편성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과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선임연구원은 "국가장학금 2유형은 대학들이 호응하지 않으며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예산 부풀리기를 막는 방안 등을 내놓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사학들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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