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고 중국도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 개막으로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양국이 새로운 관계 설정에 돌입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떠오르는 대국인 중국은 겉으로는 서로 협력하면서도 실제로는 곳곳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아시아를 둘러싼 양국의 패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시각은 미국의 대 중국 스탠스가 강경하게 바뀌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진핑 차기 총서기가 2월 부주석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할 때만 해도 양국은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대중 강경론이 여론의 지지를 받자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최근 TV토론에서 "중국은 적이자 잠재적 동반자"라며 "중국이 국제 규칙을 지키도록 계속 압박하겠다"고 강조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의 칼을 꺼내겠다는 얘기다. 양국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더 이상 종이 호랑이가 아닌 중국도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세다. 시 부주석은 5월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만났을 때 "상호존중과 상호이익, 공동번영의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건설해야 한다"며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란 카드를 꺼냈다. 신형대국관계란 과거에는 강대국과 강대국 사이에 충돌만이 있었지만 21세기엔 양대 강대국이 협력하며 얼마든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정치제도와 역사문화 배경, 경제발전 수준 등이 다른 양대 대국"이라며 "상호 이해와 신뢰 증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이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의 속내는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시 부주석은 9월 인민대회당에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란 대국적인 관점에서 출발, 각별히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댜오위다오(釣魚島) 주권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일본을 편들지 말고 자중할 것을 훈계하듯 요구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패권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것도 중국의 부상과 위협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모두 기존 외교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양국의 국력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미중이 C2(Cooperation of 2)로 협력할 수도, G2(Group of 2)로 충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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