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베낀 바이올린 등 가짜 악기 10여 점을 진품인 양 속여 학부모들에게 팔아온 중견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예술학교 입시생 자녀를 둔 학부모 안모씨 등 3명은 2007월 9월 초등학교 동창으로 경기도 한 시립교향악단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로 재직중인 A(38)씨에게 자녀들의 과외 지도를 부탁했다. A씨는 이후 3~6개월 간격으로 학부모들에게 "자녀 교육을 위해 바이올린을 좀 더 고급으로 쓰는 게 좋겠다"며 값비싼 바이올린과 활을 장기 임대하거나 팔기 시작했다. A씨가 제시한 악기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스쿨(스트라디바리우스의 직계 제자들이 만든 악기), 테클러(17세기 오스트리아 명품 악기) 등 최고급품이었다. 학부모들은 A씨의 말을 믿고 수천만원~1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넘겨줬다.
하지만 이들은 A씨가 주기적으로 악기 교체를 요구하자 이상한 낌새를 채고 악기상을 찾아가 악기의 실제 가격을 알아봤다. A씨가 임대하거나 판 악기들의 대부분은 가짜로 판명됐다. 안씨가 2010년 3월 2,500만원을 주고 임대했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실제 매매가 600여만원에 불과한 가짜로, 악기 라벨에 '이 제품은 모조품'이라는 문구까지 써 있었다. 다른 학부모가 2009년 8월 1억3,700만원을 주고 사들인 테클러 바이올린은 2,500만원대 제품으로 밝혀졌다.
A씨는 이외에도 중국산 15만원짜리 바이올린 활을 200만원에 파는가 하면, 부러진 50만원짜리 활을 490만원을 받고 빌려주기도 했다. 결국 학부모들은 지난해 10월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돈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김현석)는 학부모 3명이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3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현악기협회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A씨가 팔거나 임대한 바이올린의 대금은 적정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난다"며 "오케스트라 연주자이자 바이올린 학원 운영자로서 악기의 품질, 제조사, 가격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A씨가 문외한인 원고들을 속였다"고 판단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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