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정한 금연구역이 주변 지역을 흡연해방구로 만든다는 지적이다. 대구 최초의 금연거리인 중구 동성로 주변 골목과 공원에는 단속을 피해 몰려온 흡연자들로 인한 간접흡연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등 풍선효과가 심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11월 현재 대부분 기초지자체가 금연구역 지정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아직 남은 수성구와 중구도 조만간 관련 조례 제정을 마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구는 5월부터 중앙파출소에서 한일극장까지 290m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8월부터 적발되면 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중구청에 따르면 8~10월 석달간 과태료를 부과한 흡연단속 건수는 218건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흡연자들을 주변 골목으로 내몰고, 남녀노소 많은 시민들의 휴식처인 2ㆍ28기념중앙공원을 ‘흡연공원’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동성로와 연결된 샛길의 건물 구석구석에는 담배꽁초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단속요원이 움직일 때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좁은 골목길을 나다니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특히 2ㆍ28기념중앙공원은 흡연해방구나 마찬가지다.
7일 저녁 무렵 대구 중구 2ㆍ28기념 중앙공원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벤치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담배연기가 뽀얗게 피어 오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으로 공원에 나붙은 2개의 ‘흡연금지’ 플래카드에 아랑곳 없었다.
일부 흡연자들은 바로 옆에 두세살로 보이는 어린이가 놀고 있어도 줄담배를 피우는 ‘무개념’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가 기침을 하고 아이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얼굴을 찡그려도 막무가내였다. 공원 남쪽 화장실 옆 벤치는 흡연자들이 독차지했다.
김모(35ㆍ주부)씨는 “어떻게 옆에 아이가 있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모처럼 시내에 나왔는데 기분 잡쳤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공원은 이날 오후 6시쯤 담배를 피우던 30여명 중 20여명이 여성이 차지하는 등 여성흡연자가 유독 많기로 유명하다.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대구지역 성인 흡연율은 24.1%. 성인남성 흡연율이 45.5%인 점을 고려하면 성인 여성 흡연율은 10% 초반대로 추정된다. 일부 금연 전문가들은 중앙공원에 여성흡연자가 많은 것은 흡연자가 워낙 많아서 여성흡연자에 대한 시선이 분산돼 부담을 덜 느껴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풍선효과를 막으려면 금연구역을 광역화하거나 도심공원 등 다중집합장소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하는 대신 현실을 고려해 일부 지역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현(50ㆍ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국제금연학회장은 “원론적으로는 대구 도심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강력하게 단속해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광역 단위의 금연구역을 지정할 경우 간접흡연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곳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중구 등은 12월 중 2ㆍ28기념 중앙공원과 경상감영공원, 국채보상기념공원에 대해, 중구는 한일극장 앞과 중앙공원 앞 등 이용객이 많은 버스정류장 등으로 금연구역을 확대지정하고 인력확보를 거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흡연구역 지정에는 부정적이어서 풍선효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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