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와 머리카락 색, 인종까지 식별하는 DNA감식기술은 미래에 더 정교해지고 정확해질 겁니다."
DNA감식의 세계적인 권위자 존 버틀러(45) 미국 표준과학원(NIST) 박사는 7일 "미국의 경우 DNA감식을 활용해 해결한 사건이 10여년 전 1,500건에 그쳤던 것이 현재는 12만건에 달한다"며 "DNA감식기술이 발전할수록 앞으로 수사에 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한국일보와 단독으로 만난 그는 DNA감식 관련 논문만 140편에 달하는 대표적인 법유전학자다. 버틀러 박사는 닐스 모링 국제법유전학회(ISFG) 전 회장 등 국내외 유전자 감식 분야 전문가 100여명과 함께 대검, 서울대 산학협력단 등이 공동 주최하는 'DNA감식기술 선진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심포지엄에서 '유전자 감식 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그는 현재 세계 DNA감식기술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그림슬리퍼'(Grim Sleeper)를 언급했다.
그림슬리퍼는 2010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검거된 연쇄살인범 로니 프랭클린 주니어(59)의 별칭. 1985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간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이 연쇄살인 사건은 오랜 기간 미제로 남아 있다, 미연방수사국(FBI) 데이터베이스에 프랭클린의 유전자와 유사한 프랭클린 아들의 DNA 정보가 등록되면서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경우다. 버틀러 박사는 "이런 DNA '친족검색'을 활용해 범인을 잡은 것은 미국에서도 2건 밖에 없는 드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DNA감식기술이 발전할수록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관계 기관이 DNA 정보 활용 및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DNA 분석관이 사법 시스템 밖에서 DNA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요. 특히 확보한 DNA에서 신원 확인 이외에 질병 등의 개인 정보를 식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8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5개 세션에서 15가지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이 손상된 DNA, 극미량 샘플 등 어려운 케이스를 해결하는 DNA감식기술 발전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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