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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Thinking of some euphemisms (완곡어법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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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Thinking of some euphemisms (완곡어법의 배경)

입력
2012.11.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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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곡 어법과 에둘러 말하기는 잘 사용하면 효과 만점의 표현 기법이다. '못사는 사람'이라는 표현보다 '서민'이 나은 것은 당사자들이 느끼는 거부감의 차이 때문이다. 영어에서도 'the poor'보다는 'the underprivileged'가 거부감이 적다. 'sex'처럼 노골적 용어인 경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핵심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강간 사건'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성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거부감을 반감시킨다. 뉴스에서는 'rape case'보다는 'sexual assault'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다.

완곡한 표현이 잘 발달한 분야 중 하나는 아마도 sex관련 표현일 것이다. 성폭력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엔 성에 관한 것이라면 온 사회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문호 Shakespeare도 그의 작품에서 '남성 성기(penis)'는 다른 유사어 45개를 동원해 표기했고 '여성의 경우(vagina)' 68개의 다른 말로 표현했으며 '동물들의 짝짓기(copulation)'는 무려 275개의 유사어로 표현했다. 관련 어구도 마찬가지다. 가령 'masturbation'을 'hand job'이라고 하는 것이나 'oral sex'를 'fellatio'라고 하는 것이 좋은 예다. Fellatio는 라틴어 'fellare(=suck 빨다)'를 차용한 것이지만 이미 사장된 언어까지 동원해 표현하는 이유는 이것이 그만큼 난감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penis의 경우 순수 영어로는 'prick'이라 하고 vagina는 'cunt'라는 직설적 표현이 있는데도 남녀의 성기를 지칭하는 용어는 각각 약 1,000개가 넘는다.

언어적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보면 이는 쓸데없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조심스러운 표현을 하기 위해 '완곡어법(euphemism)'이 발달한 것이지만 한때 '직업 여성' 등의 용어가 문제된 적도 있다. 이를 'business women'이라고 표현하면 정말로 '사업하는 여자'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차라리 'whore'로 부르자는 제안도 나왔다.

때로 말장난처럼 보이는 완곡 어법은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경제 민주주의' 등의 용어처럼 본질보다는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숨은 의도가 느껴져 보다 얄밉게 느껴질 때도 있다. '민생'이라는 오묘한 용어를 사용하면 서민들은 정치인이 마치 자기편을 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완곡 어법의 허상일 수도 있다. 완곡 어법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또한 누가 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숨은 의도가 달리 표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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