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의 정리해고와 이에 맞서 1년 동안 이어진 노조의 파업과 농성, 그리고 다시 1년여가 지나 해고자 93명에 대한 복직 날짜(9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부산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영도조선소는 2008년 9월 이후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상선부문에서 단 한 건의 계약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유럽 선사에 선박 2척을 인도한 것을 마지막으로 상선을 조립하는 도크(선박제조설비)는 텅텅 비어 있다.
지난해 모처럼 4,700톤급 컨테이너선 4척의 건조의향서(LOI)를 받았으나 파업 여파로 2억5,000만달러짜리 본 계약 체결에는 실패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컨네이너선 10척(4억5,000만달러)을 한꺼번에 수주했지만 영도조선소가 아닌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몫이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분기 매출 6,377억원에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 경기가 한창이던 4,5년 전, 매출 1조원을 거뜬히 넘기던 때와 비교하면 언급조차 민망할 정도다. 그나마 건설 부문의 선전이 없었더라면 손실 폭은 더 커졌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감이 없다 보니 700여명의 정규직 생산인력 중 500여명은 6개월씩 돌아가며 유급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잔업이 많은 조선업종의 특성상 수당이 임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휴직자들은 기본급만 받고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복직을 앞둔 해고 근로자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직원은 “생산라인 쪽에 복직자들이 일할 여력이 있는지 검토 중이지만 지금 상태라면 대부분 쉬어야 할 것 같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급여를 주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영도조선소는 부산 도심에 자리잡은 25만㎡ 규모의 작은 조선소. 글로벌 조선경기 불황에도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추고 드릴십, 액화천연가스(LNG)선등 고부가 가치 선박을 집중 공략하는 대형 조선업체들과는 애초에 경쟁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재 해양경찰과 해군 경비정 등 정부가 발주하는 방산물량을 소화하며 근근히 버티고 있으나 규모가 워낙 적어 실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진중공업의 주력 선종인 상선 분야는 지난해와 비교해 신규 발주 물량이 51%나 감소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선박 건조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적어도 1년치 일감을 확보해야 생산라인이 쉼 없이 돌아간다”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중소형 특수선박을 위주로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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