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후쿠야마 등 13명
교육·안보 등 현안 잘몰라 사정 세세히 설명 답 이끌어내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암기위주 교육 금방 잊기 십상
"국제학교에 한국인 더 많더라"
"석학들의 입을 빌어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의 문제를 설명하고 답을 모색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미래는 제 운명이기도 하니까요."
미국이 고향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47)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학자다.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으며, 2007년부터 한국에 정착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암 박지원의 단편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한국 생활의 소회를 담은 도 출간했다.
그가 최근 노암 촘스키,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 13명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한국의 미래를 놓고 벌인 토론을 모아 (다산북스 발행)이란 책을 냈다. 5일 경희대에서 만난 그는 "한국의 모든 것이 옳다고 보지는 않지만 행정, 문화에서 좋은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동남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만큼 역할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 이름 말고는 정작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워싱턴에 북한 전문가는 백 명도 넘지만 남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책에 등장하는 석학들 역시 세세한 한국 사정을 제대로 몰랐다. 그래서 영문으로 한국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 후 이야기를 끌어내야 했다.
책에서 촘스키 미국 MIT 교수는 언론 공공성 회복을 주장하며 파업에 나선 한국 언론노동자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장관 보좌관을 지낸 로런스 월커슨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개성공단의 장기 전략 목표는 북한사람들이 어느 날 남한 경제, 금융체제의 일부가 돼있음을 깨닫는 것이라는 혜안을 보여준다.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초등 5학년 아들 벤자민과 2학년 딸 레이첼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들은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한국인이 더 많고 딸은 한국학교에 다니는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더 많다"며 일그러진 한국 교육을 꼬집었다. 그는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치열한 경쟁체제와 입시 위주 교육 체계라고 지적했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암기 위주 교육을 받습니다. 체험이나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아 몇 개월이 지나면 깨끗이 잊어버리죠. 또 사건을 설명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현상을 이해하고 원칙을 파악하는 능력은 떨어집니다. 평면적인 이해만을 하고 있어 토론에도 맹점을 보입니다."
미 예일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비교문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한일 중국통속소설 수용 과정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5년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1년간 유학하며 처음 한국과 인연을 가졌다. 다가온 대선에 대한 관심도 크다. 그는 벤자민 바버 미 메릴랜드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의 '시민들은 리더를 원하지 않고 마법사를 원한다'는 말에 동의한다며, 특히 한국인들은 정책 과정에는 별로 관심 없고 정치인을 하나의 상품처럼 자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맹점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책을 제안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꼬집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조은민 인턴기자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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