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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독도주권과 글로벌 거대기업의 행동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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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독도주권과 글로벌 거대기업의 행동 윤리

입력
2012.11.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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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대기업인 애플이 한·일 이외 지역에서 자사 제공 지도에 접속할 경우 독도 단독표기에서 리앙쿠르암, 독도와 다케시마 등 3개 명칭으로 변경·병기키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사의 비즈니스 이익과 일본시장 규모를 고려했다는 해명이다. 앞서 구글은 독도를 리앙쿠르암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문제는 미국에 본사를 둔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이 앞다퉈 민감한 시점에 타국의 주권문제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연이어 뒤집고 있는 점이다. 또 애플의 잦은 변경 사유와 시점에 대한 해명이 석연치 않은 점, 그리고 '표기'의 일관성의 측면에서 의구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초국가적 거대기업은 웬만한 국가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을 상회하는 거대한 경제력을 지녔다. 정보·자금력과 인적·물적 네트워크 등 글로벌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발언권과 영향력, 심지어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해 온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약소국들이 이들 거대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초국가적 기업활동의 자유와 권리는 의무와 책임을 전제로 한다.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일부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규탄하는 시위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테러·마약밀매 등 불법행위 관련 자금조달·세탁 관여 금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번복 결정이 순수한 그리고 단순한 상업적 영리활동으로 간주되려면 애플의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또 단순한 '지명표기'의 문제인지도 의심스럽다. 침략과 식민지배 등 역사적 사실과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가침·불가양 영토주권과 관련된 사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3국' 기업이 한 국가의 정당한 법적 권익에 토를 다는 격에 맞지 않는 유감스런 행위라고 본다. 이번 후퇴 결정의 진정한 의도와 정확한 배경이 무엇이든 잦은 '지명표기' 변경은 정당화되기 어려우며, 정황상 정치적 개입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제활동이 모두 영업활동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제3국 기업이 그 어떤 명분이든 관련국의 묵인·방조 또는 지원 하에 국가 간 확립된 국제법질서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 무엇보다도 잦은 '지명표기' 변경에 대한 진정성있는 투명한 해명이라야 초국가적 거대기업들의 위상에 걸맞는 책임있는 행동일 것이다. 기업활동이 결과적으로 영토주권과 관련한 갈등이나 혼란을 야기·조장한다면 기업의 본질적 성격에 배치된다. 기업윤리에도 반한다. 마치 '중립적' 입장을 이유로 무력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합법 또는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행동이다.

외국기업의 불법행위로 자국의 권익에 구체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국은 문제의 기업의 설립·등록국을 상대로 배상청구권을 가진다는 것은 국제판례법 상 확립된 원칙이다. 국가책임의 법리이다. 또 미국 법원은 외국인 이나 외국 기업의 외국에서의 활동이 자국 국가안보 또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재판관할권을 확립·행사하고 있다. 외국 기업은 그 어떤 이유로든 미국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기업의 미래, 그것은 공정경쟁,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등 책임경영을 통한 정당한 이윤추구에 있다. 건전한 기업가 정신으로 보편적 가치를 수호·선도하고 창달하는 기업이라야 초일류기업이다. 만일 영업활동의 이름하에 확립된 사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하고 불투명한 방식으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의도로 활동을 영위한다면 신뢰상실과 추락·퇴출은 시간문제이다. 분별있는 기업활동과 정당·적법한 이윤추구야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출발점일 것이다. 초국가적 거대기업의 경우 그 위상과 영향력에 비추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박현진 전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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