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가장 눈에 띄는 여행 트렌드의 변화는 '걷는 여행객'의 증가다. 생태 관광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커지고,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데서 자연과 지역 사회 속 동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한국의 풍부한 산과 농어촌 자원을 이용하면 서울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 수요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트레일 여행이 처음 활성화한 곳은 유럽이다. 1940년대 영국 내셔널 트레일을 필두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스페인), 트레일 슈발츠발트(독일), 하이킹 트레일(스위스) 등이 조성됐다. 이 길을 걷기 위해 찾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연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면서, 각국은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문화 전파라는 부수 효과까지 톡톡히 얻고 있다.
한국의 걷기 여행이 브랜드를 단 여행 아이템이 된 역사는 짧다. 효시가 된 것이 2007년 제주올레이고 이후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적으로 걷기 코스 조성 붐이 일고 있다.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얼마나 걷기 여행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통계는 없다. 다만 자연 체험이 중심인 제주의 외국인 증가세에서 간접적으로 그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2008년 54만여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009년 63만2,000여명, 2010년 72만8,000여명, 2011년 95만4,000여명으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9월까지 총 127만4,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4%나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힘입은 결과지만, 이들이 한라산이나 올레 등 우리의 자연을 여행하고 돌아간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제주올레는 국제적 트레일 코스로 성장하고 있다.
'올레' 브랜드는 해외로도 진출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해 8월 일본 규슈관광추진기구로부터 100만엔(약 1,300만원)을 받고 '규슈올레'라는 이름을 일본에 수출했다. 제주올레는 "우리의 관광 인프라가 로열티를 받고 해외에 수출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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