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11시18분(현지시간)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경합주인 아이오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컨벤션센터에 모인 롬니 지지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몇 분 후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마저 오바마에게 넘어가면서 오바마의 선거인단 수가 과반인 270석을 넘었다는 소식이 나오자 실내는 일순 정적에 빠졌다. 몇몇 방송이 '오바마 재선 확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를 시작하자 분위기는 격앙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보수성향의 폭스 채널로 돌리라며 "폭스! 폭스! 폭스!'를 외쳤다. 폭스 채널에서는 롬니의 압승을 예상했던 정치전략가 칼 로브가 나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며 "롬니가 전체 득표율에서 오바마를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경합주인 콜로라도와 버지니아마저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자 롬니 캠프 분위기는 체념으로 바뀌었다. 당선 축하 파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서로 포옹하며 위로하거나 눈물을 흘렸다. 일부 공화당 관계자가 오하이오를 포함한 핵심 경합주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재검표를 주장했지만, 전체적으로 롬니의 승복을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7일 오전 12시55분 롬니가 컨벤션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미소를 띠며 연단에 오른 롬니는 "방금 오바마 대통령에게 축하한다는 전화를 했다"는 말로 담담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내가 선거에 나온 것은 미국을 진심으로 걱정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내 앤을 향해 "(내가 당선됐다면) 훌륭한 퍼스트 레이디가 됐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에게는 "아내 앤을 빼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추켜세웠다. 자신의 선거 슬로건인 "나는 미국을 믿는다"는 말로 5분여의 짧은 연설을 마친 롬니는 연단으로 올라온 아내, 동료들과 포옹한 뒤 퇴장했다.
롬니가 앞으로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활동하더라도 다시 대권에 도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년 후에는 나이가 70세가 되는 고령 때문이다. 부인 앤은 지난달 abc방송에서 "남편이 이번 대선에서 패하면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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