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오바마 2기 행정부가 당면과제로 꼽고 있는 재정위기를 타결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에 나설 경우 한미 통상ㆍ무역 관계도 악화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무역ㆍ수출에 따른 일자리 확대로 정책기조를 바꾼 뒤 한국, 컬럼비아, 파나마와 맺은 3개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다. 최근엔 시장 확대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을 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및 유럽연합(EU)과의 FTA도 추진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오바마 2기 행정부는 FTA 확대를 통한 수출확대와 동시에 수입 제한을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무역장벽을 세우는 모순적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종혁 연구원도 "2008년 당선됐을 때도 지지세력인 제조업 노동자들을 위해 보호무역주의 색깔을 띄었다"고 말했다. KOTR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역시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수출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공공조달에 자국 철강, 제조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등 보호무역조치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현대ㆍ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일부 차종의 연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 노동조합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지지 세력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한국산 냉장고ㆍ세탁기ㆍ변압기에 대해 덤핑판정 관세부과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정치권이 추진하는 한미FTA 재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국이 양보해야 하는 재협상을 쉽사리 받아들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협상은 양측이 주고받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불리하다고 재협상 하자 하면 상대국이 받아들이겠냐"고 말했다.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의는 아직 양국 차원에서 이뤄진 게 없다. 통상교섭본부 김지희 북미유럽연합통상과장은 "미국 측에서 쇠고기 수입확대를 요청하면 논의하게 돼 있지만 미국이 우리 측에 의사를 전달한 게 없다"고 했다. 한국은 2008년 미국과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에 합의하면서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되,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면 전면 수입개방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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