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된 금융위원회가 5년 만에 축소ㆍ폐지될 위기에 몰렸다. 유력 대선후보 모두 분리 또는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데 형국은 '금융위 힘 빼기'로 기울고 있다. 금융위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을 떠나 광화문 신청사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위상강화에 나섰지만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전문가 금융위 축소ㆍ해체 압박
학계는 금융위 축소 쪽이 우세하다.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년 후를 내다보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방향' 세미나에서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금융정책과 금융시장 안정을 지키는 규제정책은 서로 상충하므로 금융위가 두 권한을 독점하도록 둬선 안 된다"며 분리를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홍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정부의 감독기관 개입성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평가대상 55개국 중 52위로 최하위일 정도로 현재 금융감독 체제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위에서 금융감독기능을 분리하고 민간감독기구로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대선 주자들도 금융위 분리ㆍ해체 검토를 본격화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4일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금융감독 업무는 기존 금감원과 합치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큰 틀에서 보면 안 후보와 비슷하게 금융위의 정책과 감독 분리, 금융감독기구 이원화를 뼈대로 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누가 대통령이 돼도 금융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표적이 된 금융위는 수장이 직접 나서서 방어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6, 7일 금융감독 체계 개편 관련 세미나에 모두 참석해 "금융위가 담당하고 있는 금융행정은 인프라 조성, 시장 안정 확보, 금융재원 배분, 금융산업 발전 지원, 건전성 감독, 위기 대응,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인데 현 개편 논의는 일부분에만 집중됐다"며 "금융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상적 방식은 지금처럼 금융위가 독립적인 금융행정기구로 존재할 때"라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 금감원서 독립 vs 지금처럼
금감원 개편 논의는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느냐가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이원화(쌍봉형)와 현재대로 통합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원화를 지지하는 쪽인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가 금융회사들한테서 감독분담금을 받는 금감원 내 준(準) 독립기구로 설치되면 본연의 역할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독립기구로 두고 광범위한 연구ㆍ조사권뿐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공동검사권 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목적이 다른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감원 아래 두면 상대적으로 소비자 보호가 뒷전이 되기 쉬우니 독립시켜 제 기능에 충실하게 하자는 논리다.
반면 통합을 주장하는 쪽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는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있고 업무도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권혁세 금감원장 역시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별도 기구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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