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원전신뢰 깬 한수원의 남탓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원전신뢰 깬 한수원의 남탓

입력
2012.11.06 17:32
0 0

"안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고장으로 정지될 때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렇게 말해왔다. 그러면서 원전 안전위험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원전만큼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가 현재로선 없는데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주민들이 대안도 없으면서 단순한 고장을 빌미로 무조건 '위험하니 폐쇄해야 한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사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상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전은 '최선 없는 차선'임에 틀림없다. 러시아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의 악몽을 굳이 국내 원전에 연결시킬 이유도 없다. 국내 전력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원전 자체를 부인할 수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고, 국민적 신뢰를 흐트러뜨리는 곳이 과연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주민들 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원전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리는 곳은 다름 아닌 원전운영주체인 한수원 자신이다.

올해 들어 원전 고장은 유난히도 잦다. 수백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첨단시설이니까 고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요즘 개그프로그램 유행어처럼 '잦아도 너무 잦은 것'이 지금 현실이다.

고장만 잦은 게 아니다. 납품비리로 수십명의 직원들이 검찰수사를 받고, 어떤 직원은 마약을 투약하더니, 이번엔 짝퉁 부품을 10년 동안이나 써온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나마 외부제보가 없었더라면, 한수원은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부품위조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물론 안전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위조부품사건이 터지기 불과 며칠 전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국내 원전 정지 사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우수한 편"이라고 자랑까지 늘어 놓았다. 결국 이들의 무책임과 무사안일 때문에 원전 2곳이 멈춰 서게 됐고 국민들은 '블랙아웃' 공포에 떨며 실내 난방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됐다.

위조부품 파문 때문에 올 겨울 전력사정이 워낙 빠듯하다 보니 혹한이 없기만을 기다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나라에서, 전력당국이 날씨만을 바라본다는 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원전의 신뢰를 가로막는 진짜 방해세력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김종한 산업부 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