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사진) 한국전력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어제(5일) 김 사장이 홍석우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사의 표명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2014년 9월까지다. 임기가 아직 2년여 남아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기요금 인상 문제 등을 둘러싼 정부와의 잇단 갈등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고려대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김 사장이'MB의 남자'라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경영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구원투수'로 나서 경영 정상화에 힘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와 잦은 마찰을 빚으면서 심적 갈등을 겪었다.
김 사장은 올 초부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료의 현실화를 위해 두 자릿수 인상안을 고집했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와 대립했고, 결국 두 차례 인상안이 반려된 끝에 전기요금은 지난 8월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평균 4.9% 인상에 그쳤다. 김 사장은 "손 발을 다 묶어 놓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정부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같은 전력공기업인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무려 4조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혀 또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전기료 인상 문제로 김 사장과 감정이 좋지 않은 지식경제부는 발끈했고, 이례적으로 김 사장 앞으로 경고공문까지 보내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집행이사회가 열리는 모나코로 출장을 떠난 상태이며 9일 귀국한다. 김 사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한전 이사회는 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 적인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바로 임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장 공백이 생길 경우 한전의 최대 현안인 경영적자 감축 및 전기요금 재인상 등이 한 동안 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위조부품 사건으로 원전 2기가 동시에 정지돼 겨울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전력기관 수장의 갑작스런 공백이 사태를 악화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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