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MSNBC와 폭스뉴스가 대선 국면에서 각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편들며 심각한 정치적 편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뉴스채널의 신랄한 편파 보도는 놀랍기는커녕 유치하고 초라했다"고 혹평했다.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2개월간(8월27일~10월21일) 폭스뉴스가 방송한 오바마 관련 보도 중 46%가 부정적 내용이었고 긍정적 내용은 6%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대선 관련 보도의 74%에서 오바마를 주요 인물로 거론하고 흠집내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팩트체커(정치인 발언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직책)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등 친공화당 인사를 대거 앉힌 것도 공정성 시비를 불렀다.
MSNBC의 롬니 비방도 이에 못지 않다. 퓨리서치는 같은 기간 이 매체의 롬니 관련 보도 중 긍정적 내용은 3%, 부정적 내용은 71%였다고 밝혔다. MSNBC는 롬니의 말바꾸기를 비꼰 롬니지어(롬니와 기억상실증을 합성한 조어) 등 오바마 캠프의 선거 구호를 프로그램 제목으로 삼는 등 노골적으로 오바마 편에 섰다.
뉴스 진행자들은 자주 설화를 일으켰다. MSNBC의 로렌스 오도넬은 4월 방송에서 롬니가 믿는 모르몬교의 창시자가 여러 명의 부인을 둔 것과 관련해 "모르몬교는 외도하고도 아내에게 신의 뜻이라고 말하는 남자가 세운 종교"라고 했다가 사과했다. 폭스뉴스에서 정치평론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션 해니티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백악관이 하는 모든 말은 거짓말"이라고 강변했다. 정신병 운운하는 막말도 주고받았다. 폭스뉴스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TV 토론에서 보인 웃음을 두고 "치매에 걸렸다"고 했고 MSNBC는 롬니가 유세 중 화난 듯한 표정을 짓자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도를 넘은 편파 보도에는 대가가 따른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부부와의 인터뷰 요청을 2년째 거절당하고 있다. 롬니 캠프를 취재하는 NBC방송 기자들은 자신들을 MSNBC 소속으로 알고 냉대하는 취재원들에게 "MSNBC는 NBC의 자회사일 뿐 서로 다른 매체"라고 해명하는 일이 잦다고 NYT는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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