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전과 지폐에는 'In God we trust'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Florida주나 Nicaragua 공화국의 모토인 동시에 미국의 국가 좌우명이기도 하다. 남북전쟁 당시 신앙심이 고조되었을 때 쓰기 시작한 것을 1956년 미 의회가 공식 채택한 것이다. 그런데 '돈'에 새긴 이러한 문구와 달리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In God we trust, all others must pay cash(하나님은 믿되 사람끼리는 현찰로)'라는 속담이 더 유명하다. 이는 '당신이 하나님이 아닌 인간이라면 당신의 현금 이외에는 믿을 수 없다'는 야속한 말이다.
어느 가게에서는 'We don't give credit(우리는 외상을 주지 않음)'이 적혀 있다. 결국 'all others must pay cash'는 '우리는 사람은 믿지 않고 당신의 현금만을 믿는다'라는 뜻이 된다. 이는 'Cash please'나 'No Credit' 등과 같은 직설적인 표현보다 더한 촌철살인적 느낌을 준다. 따라서 이는 'In God, we trust, everyone else must pay cash'와 같은 뜻이 되고, 'No man's credit is as good as his money(어떤 사람의 신뢰도 그 사람의 현찰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와 상통하는 말이 된다. 오죽하면 'People lend only to the rich(돈도 있는 사람에게만 빌려준다)'는 말이 나왔을까.
오늘날의 'A man in debt is so far a slave(빚진 자는 노예)'라는 말은 기원전 1세기 'Debt is the slavery of the free(빚은 자유로운 사람도 노예로 만든다)'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Shakespeare도 'He that dies pays all debts(빚은 죽어야 다 갚는다)'라고 말했다. 'Debt is the worst poverty(빚은 최악의 가난)'이라는 말과 'Promises make debt, and debt makes promises(약속은 빚이 되고 빚은 약속을 하게 만든다)'라는 덴마크의 속담도 있다. 이는 선거철마다 빈 공약을 남발하고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현란한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나중에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비전이었을 뿐'이라고 발뺌하는 사람들은 과연 'Debt is the worst broken promises'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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