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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폭력의 순환고리··· 통증같은 여운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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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폭력의 순환고리··· 통증같은 여운 남기다

입력
2012.11.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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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처럼 남는 어둡고 무거운 연극 한 편이 1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랐다. 고재귀 작, 류주연 연출의 '양철지붕'이다. 경기영상위원회의 2011년 창작희곡 공모에서 심사위원 만장 일치로 대상에 선정된 작품으로, 경기도립극단과 ㈜연극열전이 제작했다.

극중 배경은 경기 파주의 한 공사장 함바집이다. 노가다판의 거친 사내들을 상대로 밥장사를 하는 함바집 주인 현숙과 벙어리 동생인 지숙 자매가 주인공이다. 자매는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다. 그 비밀은 극의 중반을 넘겨서야 드러난다.

그때까지 연극은 천천히 흘러간다. 인부들의 험한 욕설과 끈적한 농담, 그것을 더 맵짜게 받아치며 누추하고 고단한 일상을 견디던 자매에게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오면서 극의 흐름이 빨라진다. 감옥에서 나온 그 남자, 지숙의 옛 애인은 자매를 폭행하지만, 자매는 속절없이 당하기만 한다.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알려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

이 작품은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폭력이 폭력을, 복수가 복수를 낳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다. 극에는 두 차례 반전이 숨어 있다. 자매의 과거와 깊숙히 얽힌 두 남자의 죽음에 예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남자가 끼어들면서 한 번 꺾이고, 배우들이 퇴장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한 번 반전이 일어난다. 두 번째 반전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시사하는데, 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탄식하게 된다.

'양철지붕'이라는 제목은 자매가 처한 현실의 은유다. 햇빛과 비와 바람을 가려주긴 하지만, 더울 땐 더 뜨겁고 추울 땐 더 춥고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그것은 인생의 자격 미달 방패다. 그 허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악하고 비루한 현실이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이 작품의 가능성은 희곡의 우수성에 있다. 희곡은 공모전조차 찾아보기 힘든 요즘 상황에서 모처럼 공모를 통해 좋은 작품이 발굴됐다. 이서림 이애린 강성해 조영선 등 경기도립극단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18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하고 22~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옮겨 공연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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