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프로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요. 전 능동적으로 제어하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수동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되더군요. 그래서 그만둔 거죠."
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김C(41ㆍ보컬과 기타)는 2년 전 돌연 출연을 중단하고 홀로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학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딱히 뭔가를 하고자 간 건 아니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지내다 보니 6개월 후 나도 모르게 다시 악기를 잡고 연주하고 있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C가 떠나 있는 동안 밴드 '뜨거운 감자'의 절반인 고범준(38ㆍ베이스)은 휴식을 취하며 신곡을 만들었다. 김C의 존재가 너무 커져 밴드 동료로서 한때 힘든 적도 있었지만 "형 때문에 젊은 팬들도 생기는 걸 보며 각자의 역할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김C가 독일에서 보낸 15개월은 밴드에게도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는 독일의 전자음악에 영향을 받아 올 초 솔로 앨범을 냈고,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최근 발매된 뜨거운 감자의 정규 5집 'Who Doesn't Like Sweet Things(누가 달콤한 걸 싫어해)'에 담았다. 앨범엔 1, 2집 수록곡 한 곡씩을 재녹음한 2곡을 포함해 총 8곡이 실렸다.
"여태까지 앨범을 만들면서 이번이 가장 힘들었어요. 콘서트라는 데드라인이 명확히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끝내는 게 아니라 '끝냄을 당하는' 상황이 되니 힘들었죠. 어떤 것을 얘기해야 할지도 고민이었고요."(김C)
정치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할 만큼 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은 뜨거운 감자는 앨범에도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은유적으로 담아 냈다. 김C는 "시대의 흐름을 지켜보며 그것을 작품 안에 잘 녹여내 문제 의식을 줬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처럼 현 시대를 보고 그걸 작품 안에 녹여내려고 했다"고 했다. 김C는 귀국 후 첫 고정 예능프로그램으로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을 선택했다. 뜨거운 감자는 앨범 발매에 이어 10, 11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두 차례 콘서트를 연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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