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동반 부실 야기한 자금보충약정 실태 점검키로..제재하는 방안도 강구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들의 ‘계열사간 빚 돌려막기’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계열사의 채무를 사실상 보증해주면서도 공시 의무가 없는 ‘자금보충약정’과 같은 편법 금융지원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칼을 대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 간 자금보충약정이 계기가 됐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과는 조만간 63개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자금보충약정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한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계열사 간, 계열사와 비(非)계열사 간의 편법 채무보증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대규모 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제한되지만, 자금보충약정이란 편법을 통해 사실상 채무보증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자금보충약정은 계열사 등이 채무 상환능력을 상실할 경우, 지주회사나 모회사가 채무 부족분을 충당해주는 내용의 보증계약이다. 거래 당사자들만 아는 계약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채무보증과 달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의무도 없으며, 현재로서는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계열사의 위기가 곧바로 지주회사나 모회사로 전이돼 동반 부실로 연결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자회사인 극동건설이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초유의 사태는 극동건설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한 웅진홀딩스가 막대한 채무 부담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63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자금보충약정 실태를 조사키로 한 것도 연쇄 부실의 위험성을 파악해 사전에 부실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자금보충약정에 대한 법적 제한 근거 마련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회 국정감사의 지적에 따라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자금보충약정 내용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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