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정치 바람에 휘말리고 있다. 예비 후보들은 교육 공약은 뒷전이고 정치적 공방에 열띤 모습이다.
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진보 진영의 예비후보 송순재 전 서울시 교육연수원장은 "교육과학기술부를 해체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대선 후보에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감의 범위를 넘어서 다분히 대통령의 교육 러닝메이트다운 공약인 셈이다. 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보수 진영 교육감 후보인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를 싸잡아 '유신 교육'이라고 공격하고 "정수장학회는 교육청 관할이므로 서울시교육감이 되면 엄밀히 조사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박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정수장학회를 들고나오자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에 대한 정책으로 선출되기보다 정치권(민주통합당)의 낙점을 받아 단일 후보가 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용린 후보가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로 결정된 것을 놓고 정치권 개입 공방도 거세다. 독자 후보로 분류되는 이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문 후보가 교육감 후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면 헌법소원, 등록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심판 등을 청구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가 출마 선언 직전까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미뤄 사실상 물밑에서 새누리당의 내정이 있었다는 비판이다. 이상면 예비후보는 "헌법과 교육자치법이 보장하는 교육중립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의 유력 후보인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이날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해서 문 교수를 아바타로 내세워 관제 교육을 하겠다는 의사라고 본다. 오죽하면 보수 진영 안에서도 반대하겠나"고 박 후보와 문 후보를 맹비난했다. 민주통합당도 3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당원보다 더 중요한 선대위 직책을 맡았던 문 교수는 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며 정치 공방에 가세했다.
문 교수는 "공약을 만드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관여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라며 내정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수호, 송순재 예비후보는 현재 5명이 다투고 있는 진보 진영 후보 중 단일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구체적인 교육 공약은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이후 밝히겠다며 유보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 부는 정치 바람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교과부와 교육감의 노선이 달라 정책에 혼선이 빚어진 것에 대한 반동 효과"라며 "교육계가 정권의 코드와 무관하게 꾸준히 학생을 위해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진정한 교육자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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