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다른 국내외 기업들이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는 중에도, 승승장구하는 두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한국엔 이 두 기업 뿐이다'는 얘기가 틀린 소리는 아니다. 대체 두 회사는 왜 강한 것일까, 이 호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약점은 없는 걸까. 시장의 시각을 대표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진단을 통해 두 기업의 장ㆍ단점을 점검해본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50조원-영업이익 8조원의 실적을 냈다. 글로벌 IT업체들이 모두 후퇴된 실적을 내놓는 동안에도 삼성전자의 초유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령탐인 권오현 부회장은 "미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 순간에 몰락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불러 넣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삼성전자가 특정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경쟁사에 모멘텀을 빼앗기면 엄청난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연 시장은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애널리스트는 다른 IT업체에는 없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으로 완성품과 부품의 수직계열화를 꼽았다. 완제품이나 혹은 부품만을 생산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삼성전자는 ▦휴대폰 TV 가전제품 등 다양한 완제품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어 원가절감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시장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도 강점으로 거론됐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상황에 따라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인수합병 등을 판단하는 기민함이야말로 삼성전자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LED TV나 아몰레드 스마트폰를 세계 최초로 내놓는 등 시장을 선도하며 이익 창출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갤럭시' 브랜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과 세계 10위권 이내에 진입한 브랜드 가치 등도 강점으로 꼽혔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를 양 축으로 한 모바일 사업부의 수익성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취약점으로 꼽힌다. 송종호 연구원은 "모바일 혁명은 스마트TV와 클라우딩, 빅데이터의 방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며 "이를 선도하려면 소프트웨어 역량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애플을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IT성장을 주도해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로선 하드웨어 경쟁력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이들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나 M&A를 통해 소프트웨어 역량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애플이나 구글처럼 IT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따라가기보다 선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과 특허소송을 떠나 외국인들이 보기에 삼성전자의 광고 컨셉이나 제품 포장 등에선 아직도 '카피캣'이미지가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물량기준으로 세계 1위 자리에 도달한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인 시각이 많았다. 김영찬 연구원은 "4분기 스마트폰 판매는 3분기에 비해 9%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신규 스마트폰과의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은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주 연구원은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고가의 신제품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휴대폰 평균판매단가(ASP)가 내년에는 228달러로 올해보다 1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이 지적한 모바일 과잉의존에 대해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송종호 연구원은 "모바일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부품분야의 수혜를 동반하고 애플과의 결별에 대비한 최선의 방책"이라며 "현 시점에서 모바일 비중을 최대로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미래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여 모바일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애플과의 특허소송은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것 전망이 주를 이뤘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소송 충당금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디자인 혁신과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력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추가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