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의사들은 환자를 위해서라면 엑스레이 MRI 등 첨단 의료장비 사용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선 한의사들에게 그걸 왜 못 쓰게 하죠?"
경희대 한의대에서 한ㆍ중ㆍ일 3국의 침술을 공부하고 있는 재중동포 출신의 박사과정 대학원생 장수옥(32)씨는 한국의 의료 현실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그는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의와 한의가 힘을 합치면 의료 수준이 한층 높아질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문제"라며 "정부가 환자를 최우선에 놓고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05년 베이징 중의약대 졸업 후 한의사를 하다 일본 스즈카의료과학대 동양의학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쳐 지난해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쳤다. '전문가'의 분석은 이어졌다. "한국에서 침술을 비롯한 한의학이 저평가돼 있는 것 같아요. 정책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중국의 양의ㆍ중의사들이 본다면 저와 생각이 모두 같을 겁니다."
장씨는 이어 "중국의 경우 양의사와 중의사 의사들에 대한 대우도 동등하고, 협진을 통한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시키고 있는 만큼 한국도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한의학이 양의와 협력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더 견고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나라에 비해 앞서 있는 과학화라고 봐요. SCI급 논문이 경희대를 비롯한 한국의 대학에서 많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하지만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 한의학의 과학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이에 따른 SCI급 논문 수도 급증 추세에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한의학의 과학화'란 누구에게 적용해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개념. 그는 "중국의 경우 고전의학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보수적이어서 표준화 속도가 더딘 측면이 있다"며 "침술은 한국에선 책을 보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직접적인 경험도 했다. 발을 헛디뎌 발목이 접질렸는데 같은 연구실 연구원에게 부탁 했더니 2, 3개의 작은 침으로 혈자리를 잡아 금세 치료 했다. "중국에서 그랬다면 대침 10대는 맞아야 했을 겁니다. 한국의 침은 아프지 않으면서 효과는 뛰어나는 등 철저히 환자 중심이어서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어와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와 영어로 된 논문까지 막힘 없이 읽어내며 3국 침술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장래 꿈은 한ㆍ중ㆍ일 침술의 장점만을 반영한 새로운 침술을 구축하는 것이다. "과학적인 접근을 많이 한 한국, 고전의학에 충실한 중국, 의료 시스템 구축에 앞서 있는 일본의 의술이 만나면 못 고칠 병이 없을 겁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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