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전력수급 전망이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상황. 그런 터에 한수원의 위조부품 납품비리로 영광 원전 5ㆍ6호기가 가동중단에 들어갔고, 200만㎾의 전기공급이 순식간에 끊어지게 됐다. 올해 들어선 고장이든 작동실수든 한 달에도 몇 번씩 원전이 멈춰서고 있는데, 만약 올 겨울 이런 가동 중단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지난해 벌어졌던 '9ㆍ15 블랙아웃(대정전)' 은 얼마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지식경제부가 영광원전 5ㆍ6호기의 가동 중단을 발표한 5일, 최대 전력수요는 6,170만㎾에 예비전력은 723만㎾였다. 전력수급은 '정상'(예비전력 500만㎾ 이상) 상태였다.
하지만 추위가 본격화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2월 중 예비전력은 275만~540만㎾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1,2월에는 예비력이 급감해 230만㎾에 불과한 상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30만㎾이면 전력수급이 불안하다는 '주의'(300만㎾ 미만)단계에 해당하는데, 이마저도 영광 5ㆍ6호기가 연말까지 위조부품을 완벽하게 교체해 재가동에 들어간다는 전제 하에 나온 것이다. 만에 하나 200만㎾의 영광 5ㆍ6호기 재가동이 지연된다면, 예비전력은 30만㎾만 남게 된다. 작년 9ㆍ15 대정전 사태가 벌어졌을 때, 예비전력은 24만㎾였다. 즉 그때처럼 단전을 각오하고 전국적으로 순환정전을 실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변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달 중 1,240만㎾, 내달 436만㎾ 규모의 예방 정비가 예정된 탓에 발전소 1기라도 계획에서 어긋날 경우 전력대란은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원전이 갑자기 가동을 정지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안 좋은 징후. 올해 9건의 고장 중 여름철 전력소비가 급증했던 7월 이후 터진 게 8건이다. 이로 인한 가동 정지 기간도 58일이나 됐다.
가장 강력한 변수는 한파다. 지경부 관계자는 "2009년부터 겨울철이 여름철 전력수요를 앞지르고 있어 올해 사상 최고치를 찍을게 확실하다"며 "특히 한파가 언제, 어느 정도 수위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200만㎾의 전력손실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7,383만3,000㎾를 기록, 여름 최대수요인 7,219만4,000㎾보다 163만9,000㎾ 더 높았다.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월6일 기록한 7,491만㎾였다.
정부는 올 겨울 최대수요를 8,018만㎾로 예상하는데, 공급 능력은 아무리 늘려 잡아도 8,200만㎾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종합해 보면 ▦영광 5ㆍ6호기가 1월에 재가동에 들어가고 ▦추가로 원전에 이상이 생기지 않아야 하며 ▦갑작스러운 이상한파가 없어야 하는 등 세가지 전제를 모두 충족시켜야 만 전력대란을 겨우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원전의 잦은 고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의 풀어진 기강 등을 감안하면, 전력위기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는 또 한번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키로 했다. 공급능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또다시 대형건물이나 기업체 쥐어짜기가 될 것"이라며 "올 겨울에는 추운 실내생활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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