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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차기 정권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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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차기 정권을 그려 본다

입력
2012.11.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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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야기가 나오면 늘 그렇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지위고하도 없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반대쪽 후보가 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란 극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극단적 사고에 세밀하고 이성적인 분석이 들어있는 건 물론 아니다. 자기 쪽 후보에 대해서는 환상에 가까운 기대를 가지면서 반대쪽 후보에게는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약간은 지긋지긋한 우리나라 특유의 '대선 정서'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그래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가 각각 집권했을 때 어떤 대한민국이 펼쳐질지를 어렴풋이나마 그려보고 마음을 정하자는 이야기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치 구도는 수직적이다. 비교적 안정된 사회구조가 점쳐지지만 시스템은 과거식이다. 큰 틀의 변화나 근본적 체질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가 정책의 골간이 마련되고 행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집행한다. 야당의 반발은 예상되지만 여당이 다수당이어서 입법 과정에서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그간 지적됐던 소통 부족 현상은 여전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윗선의 의중에 반(反)하거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서 제대로 예우할지도 가늠키 어렵다.

여기에 박 대통령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계층의 움직임은 집권 내내 골칫거리다. 과거사를 비롯한 시대적 고민 해결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동조 세력과 함께 조금은 극악한 행태를 보일까 염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는 '속(續) 참여정부'다. 문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노 전 대통령이 친노 세력의 오너였다면 문 대통령은 월급 사장 격이다. 그를 옹립한 측근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박 후보에 비해서는 수평적 의사 결정 구조를 보이겠지만 역시 청와대를 에워싼 측근 중심 정치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에 따라 행정부를 비롯한 관변 단체 곳곳에서 인적 교체 소용돌이가 불가피하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주요 자리에 안착할 때까지 적잖은 파열음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포함한 기득권층의 반발 움직임도 거세진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얼마만큼 탕평의 정치를 이룩하느냐가 관건이다. 내치와 외치의 적절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불안감을 줄여나간다면 나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거친 정의감만 강조하다간 5년 전 참여정부를 다시 보는 기시감(旣視感)만 가득할지 모른다.

안철수 정부는 불확실성의 미래를 대변한다. 새 정치 구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 자명하다. 장ㆍ차관 인선부터 파격을 거듭하면서 주요 정책도 철저히 국민 입맛에 맞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문제는 쇄신을 위한 실천력이다. 국회가 적극 안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서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정부의 각종 개혁 입법안은 제자리만 맴돌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안 대통령은 정치권 전체를 구태로 몰면서 지루한 힘 대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수록 국민적 출혈은 커진다.

정치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실현해내야 할 가치다. 쉽지 않겠지만 여야를 뛰어넘는 국민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부분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 목표가 근사할수록 실행은 더 어려운 법이어서 걱정되는 측면은 있다. 또 과거가 무조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될까 하는 부분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력에 의한 가설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다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비이성적인 환상을 갖지 말자는 생각에서 이 글을 썼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절대적ㆍ비타협적 확신이 오히려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집권 초 기대가 컸던 만큼 집권 말기 실망이 더 배가됐던 것을 벌써 수 차례 경험하지 않았는가.

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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