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동안 양측은 정치개혁 실현을 위한 정책합의보다는 단일화 협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치 게임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개혁이 단일화 룰 협상에서 서로 유리한 방식으로 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었던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가령 문 후보 측은 자신에게 유리한 모바일ㆍ현장 투표 경선으로 가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정도 정치개혁의 모습을 보였으면 이제 단일화 협상에 임하자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과 확실히 차별화 할 수 있는 정치개혁안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며, 또한 단일화 협상에서 시간이 촉박할수록 자신이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이 실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각자 정치개혁에 매진할 때라는 일종의 지연 전술을 사용했다.
이런 와중에 양측의 정치개혁안을 둘러싼 대결 양상 또한 심상치 않았다. 가령 국회의원 수를 200명까지 줄이자는 안 후보 측의 제안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국민의 맹목적인 정치 불신에 영합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폄훼하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응수한 바 있다. 과연 국민들에게 이 모습이 정치개혁을 위한 건설적인 토론과 논의로 보일지 아니면 비생산적인 언쟁과 기 싸움으로 비칠지 우려를 금치 못하는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 정치개혁 논란의 와중에 단일화 과정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치게임으로 비치게 되면서 정치개혁 본연의 목표가 퇴색될 수 있으며, 국민적 피로감과 실망감이 커지고 결국 유권자가 등을 돌리게 되면서 정권교체와 정치개혁 두 목표 모두 놓치게 되는 상황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 양측의 밀고 당기기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여겨진다. 단일화 논의의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정책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사실 양측의 정치개혁 논란을 자세히 뜯어보면 차이보다는 공감의 여지가 훨씬 많아 보인다. 우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국회 윤리특위 위원회 개혁안,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개방하기 위한 개혁안 등은 양자의 입장이 거의 일치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가령 문 후보 측은 국회 윤리특위 위원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안 후보 측은 국회 윤리위에 국민배심원제를 도입하는 정도의 차이다.
대통령의 권한 축소, 비례대표 확대, 중앙당 권한 축소 등에 있어서도 그 취지와 개혁 방향에 있어서는 양자가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 축소와 관련해 안 후보 측의 청와대 임명직 10분의 1 축소 안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줄이면 관료 기득권만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임명직의 수를 100개에서 10개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1만개에서 1,000개로 줄이는 것이라면 제도적 고안과 운영의 묘를 살리는 조건으로 충분히 관료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당 권한 축소 문제에 있어서도 문 후보 측의 권한 축소 입장과 안 후보 측의 폐지 혹은 축소 안 사이에서 얼마든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국회의원 정수 축소 이슈 또한 ‘포퓰리즘 대 기득권의 저항’이라는 적대적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정치권이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실제 축소 여부와 그 규모는 국민의 동의와 협의를 통해 정하자는 정도로 매듭지으면 어떨까.
문 후보는 아직 과거와 기득권에 머물고 있으며 안 후보에게는 경제논리를 앞세운 반정치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식의 비생산적, 대결적 프레임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기존 정치사회와 정당정치의 개혁을 실현하고,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시민사회와 시민정치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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