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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애매함을 견디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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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애매함을 견디는 능력

입력
2012.11.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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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가갈까, 그냥 있을까, 돌아설까 고민이 될 때 하게 되고,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데 이런저런 현실적 제약으로 고민이 될 때도 있고, 일과 관련해서 앞날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불안한 마음만 간직한 채 우물쭈물하고 있기가 쉽다.

그렇다. 인생이란 선택과 관련한 애매함의 연속이다. 막상 선택을 하려고 하면 망설여진다. 마음이 가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한데 이게 최선일까, 더 나은 것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덕분이다.

이럴 때 나는 얘기한다. 애매함을 잘 견디는 능력도 삶의 내공의 하나라고. 우리는 인생이 일직선으로 쫙 곧게 펴져있어서 과거를 잘 알면 현재도 분명하고, 당연히 미래도 그 선상에서 예정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생은 울퉁불퉁이다. 어떨 때보면 길은커녕 허허벌판에서 알아서 나침반도 없이 오직 감에만 의지해서 걸어가야하는 신세같다.

그렇지만 먼저 이해해야할 것은 언제나 누구나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결정한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결정한대로 풀리는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 또 행여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으로 판명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종류는 최선- 차선- 차악- 최악의 네 가지다. 최선의 내가 아무리 많은 변수를 고민한다고 해도, 상황이 뒷받침해주고 약간의 행운이라는 향신료가 더해지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 선물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대상은 '최악을 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능한 현실이다. 최악의 선택을 피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선택의 기본은 한 것이다. 결국 하루에도 수 십번씩 하는 선택, 그중에서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은 차선과 차악 사이에 존재한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인생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해보려다 포기하고 난 다음 두고두고 미련을 갖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어떤 일에 망설여질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일단 결정을 하고 저질러보고 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성공하면 좋은 것이고, 실패를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앞으로는 내 머릿속에서는 "아, 이건 아니구나"라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어 남은 인생동안 삶의 선택지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만일 이걸 하지 못하면 꽤 오랜기간 머릿속에 남아서 '그 때 그걸 했어야했는데.', '이번에라도 해봐야하지 않을까'라는 미련이라는 물귀신으로 남아서 반복해서 내 선택의 발목을 잡아 챈다. 이렇게 마음안에 지속적 부담으로 남으니 사는게 피곤해진다. 반면, 비록 실패로 판명이 난 선택이었고 당장은 꽤나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닌 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으니까. 이게 인생의 수업료다. 공짜란 없다.

수업료를 내고 배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이제는 현재에 대한 마음가짐 차례다. 인생은 분명한 것이 없고 애매함 투성이다. 잘 안 될까 무섭다. 그래서 성급한 결정을 한다. 그런데 내 서툰 결정보다 시간이 해결해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애매한 상황을 낙관적 기대를 갖고 견뎌보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걱정하는데 더 익숙해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는 애매한 상황도, 선택의 고민도 훨씬 많아졌다. 이럴 때 나를 지키는 힘은 낙관적 태도로 애매함을 견뎌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삶의 내공이라고 부른다. 라이온 킹의 심바가 하쿠나 마타타를 외쳤고, 현대사회의 인생고수는 '잘 될 거야'라고 속으로 되뇌인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다만 중요한 것 하나, 남에게는 얘기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자칫 속없는 사람, 재수없는 사람으로 보일 위험이 있으니까.

하지현 건국대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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