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원자력발전소에 대량 공급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들 부품이 대거 사용된 영광 5ㆍ6호기는 어제 곧바로 가동이 중단됐다. 안전이 최우선인 원전에 최근 10년간 검증이 안된 부품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이 납품을 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이나 관할부처인 지식경제부가 그 동안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다 최근에야 제보를 받고 확인했다는 점도 어이가 없다.
지식경제부는 어제 원전 부품 공급업체 8곳이 외국기관에서 발급하는 품질보증서를 위조해 한수원에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부품은 퓨즈, 스위치 등 소모품이지만 높은 안전등급을 요하는 설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들이다. 2003년 이후 올해까지 위조 검증서를 이용해 237개 품목 7,682개 제품이 납품됐으며 이 가운데 136개 품목 5,233개 제품이 이미 원전에 사용됐다. 전체의 98.2%가 영광 5ㆍ6호기에 설치됐으며 영광 3ㆍ4호기와 울진 3호기에도 수십 개씩 사용됐다.
납품 과정에서 한수원은 해외 품질검증기관에 검증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납품업체가 제시한 품질 검증서만 보고 제품을 받은 것으로, 업무의 기본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관련 직원들이 고의로 검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등을 밝혀내야 한다. 10년간 지속적으로 잘못이 저질러지고 있었으니 단순한 업무과실로 보기 힘들다. 한수원의 일부 직원들은 이미 은폐ㆍ뇌물ㆍ횡령ㆍ마약 등의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피해자는 또 국민이다. 영광 5ㆍ6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예비전력이 크게 줄어들어 전력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혹한이 예상되는 올해 11∼12월 예비전력을 275∼540만㎾ 수준으로 잡았으나 영광 5ㆍ6호기(각 100만㎾)의 가동 중단으로 연말까지 예비전력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번 사안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것이다. 한치의 빈틈 없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잘못을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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