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SK 김민수(30·200㎝)와 KT 서장훈(38·207㎝)은 한 때 계륵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어엿한 보배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환골탈태로 팀 역시 3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등 투지가 단연 돋보였다.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SK는 김민수의 변신이 반갑기만 하다. 올 시즌 김민수는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을 일에 솔선수범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일 KGC 인삼공사전에서 양희종을 밀치며 테크니컬파울을 받은 것도 후배 최부경을 위해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문경은 SK 감독은 "테크니컬파울은 물론 잘못 됐지만 (김)민수에게서 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김민수는 큰 키와 높은 점프력, 슈팅력을 고루 갖춘 기대주였다. 그러나 2008년 SK 유니폼을 입고 데뷔 두 시즌 동안 '아르헨티나 특급'다운 활약을 보여줬을 뿐 이후 두 시즌은 실망만 안겼다. 밖에서만 겉돌고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 일은 남의 얘기였다. 개인 플레이에만 치중했다.
김민수는 자신의 속내를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지난 시즌까지 감독님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마다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알고 동료들과 대화도 많이 하면서 농구가 더 즐거워졌다. 시즌을 앞두고 첫 딸도 얻은 만큼 코트에서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
문 감독은 "수비 전술 하나에 맨투맨에서 존 디펜스로 전환하는 다양한 변화가 들어가 있는데 민수가 다 이해하고 심지어 동료들에게 약속된 움직임을 알려주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고 칭찬했다.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서장훈도 전투적인 마인드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지난달 26일 SK전에서 김민수의 팔꿈치에 맞아 왼쪽 눈 윗부분이 찢어져 50바늘이나 꿰맸지만 붕대를 칭칭 감고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초반 팀이 바닥을 헤맬 때 마음이 무거웠지만 3연승을 거두면서 어느 정도 부담을 떨쳐 냈다. 또 제스퍼 존슨과의 유기적인 호흡으로 팀의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서장훈은 지난해 LG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결장하는 경우가 잦았고, 출전 시간은 들쭉날쭉했다. 결국 평균 7.5점 2.9리바운드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서장훈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1년 더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 서장훈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전창진 KT 감독의 은혜를 갚고자 코트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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