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속병을 앓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급증하는 노인 인구 비중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통계청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의도의 순수함은 좋지만 그 고민이 치열하지 않다 보니 하나의 완결된 글로서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 지금부터 학생의 글에서 보완할 부분을 짚어 보자.
먼저 학생은 첫 단락을 통계청 발표 자료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익히 잘 알려진 자료이기 때문에 신선하진 않지만 구체적인 수치 제시로 읽는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끄는 효과는 있다. 문제는 다음 단락이다. 갑자기 학생 자신의 봉사활동 경험이 나오는데 첫째 단락과의 연결이 매우 부자연스럽다. 내용적으로도 연관성이 부족하다. 봉사활동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체험으로, 학생이 그 체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노인들이 현재 겪고 있는 건강이나 소외의 문제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노인복지라는 이슈는 초고령화라는 거시적 담론과 연관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려면 상당한 수준의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데 학생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병렬적으로 문제를 열거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 때 유기성이 떨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점은 학생이 해결 방안을 제출하는 부분에 이르러 다분히 낭만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관건이 되는 것은 노인들이 겪는 경제적 문제다. 다른 모든 노인 문제가 이로부터 파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노인들에게 청년들의 멘토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될까? 학생이 제안하는 그런 멘토 역할은 듣기엔 그럴싸하지만 현실성이 있다고 믿기는 대단히 어렵다. 88만원 세대, 삼포세대라는 살벌한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엄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 오늘날 청년들의 현주소다. 그들 대부분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학교나 학원에서 스펙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어떤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 만에 하나 멘토 역할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을 경제적으로 보상받는 것은 별문제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절대 불가능하다. 학생은 '행복감', '만족감' 같은 낭만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근거 없는 낙관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학생이 제출한 첫 번째 방법인 정년 연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은 그 동안 언론에 수차례 소개된 바 있고, 나아가 정치권에서도 법제화가 추진 중인 사안이다. 따라서 학생의 독창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반대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쉽다. 정년 연장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역시 기업들인데, 재계는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상대임금은 35세 미만 근로자에 비해 3배에 이르는 반면 생산성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년을 연장하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어 청년 실업이 악화되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법제화를 추진 중인 쪽에서도 임금 피크제 같은 전제 조건들을 달고 있고 당연히 그 주장의 형태들도 단일하지 않다. 따라서 학생은 정년 연장을 반복하기에 앞서서 이런 다양한 입장과 논거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논리를 섬세하게 가다듬었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의 주장은 구호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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