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추락이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상저하추(上低下墜)’의 경제 흐름을 보인데 이어 내년에도 3%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시장까지 동반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은 앞으로 오랜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현재 내수침체는 2009년 카드사태 때 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5일 ‘2012년 금융동향과 2013년 전망 세미나’자료를 통해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2.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민ㆍ관에서 나온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 중 가장 낮은 수치로, 2%대 전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3.2%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4%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한은(2.4%), KDI(2.5%)보다 낮은 2.2%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저성장 기조(2.5%)를 나타낸 데 이어 하반기에는 1.9%로 추락하는 상저하추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내년 취업자 수는 올해(42만명)보다 증가폭이 감소한 32만명으로, 실업률은 올해와 같은 3.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ㆍ달러 평균 환율은 1,084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2.3%) 보다 소폭 오른 2.6%로 전망했다. 수출은 주요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로 호전 추세(3.0%→6.5%)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민간소비다. 주택경기침체와 가계부채 상환부담 등으로 소폭 회복(1.4%→2.1%)에 그칠 것으로 분석돼 내수침체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활 선임연구위원은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대내외 불확실성과 내수부진이 연간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계부채 증가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내수부문은 이미 위기상태라는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내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올해 민간소비(명목)증가율이 2.5%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외환위기를 당한 1998년(-7.1%)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2.6%)과 ‘카드사태’ 당시인 2003년(2.8%)보다도 낮다. 올해 하반기 이후 실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소비증가율은 2.5%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ㆍ카드사태와 같은 ‘외부충격’이 없는데도 이례적으로 소비증가율이 급락했다”며 “현재의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경기가 가파르게 반등하지는 않고 크게 악화하지도 않는 저성장 국면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회복을 위해선 가계부채 문제 등 내수시장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해결할 적절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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