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전국에서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사단법인‘국경 없는 마을’ 사무실. ‘돌도끼’, ‘양갱’, ‘헬프’ 등 각자의 아이디를 목에 건 2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사다리 타기’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세 무리로 나뉜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주어진 조리기구를 우선 골랐다. 냄비와 칼, 프라이팬 등 일반적인 조리기구부터 촛불, 석쇠, 플라스틱 칼 등 요리를 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기구까지 섞여있었다. 자신들이 선택한 사다리 길을 따라 내려가다 조리기구 종류가 결정되면 아이들의 탄성과 비명이 쏟아졌다.
조리기구와 함께 재료비용이 결정되자 이내 아이들은 각 무리 별로 미리 받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사무실을 벗어나 원곡동 거리로 나섰다. 이들이 받은 미션은 베트남과 중국의 전통 음식인 ‘고이 꾸온’, ‘자오즈’ 등의 이름을 알아오는 것과 이 음식을 직접 요리하기이다. 아이들은 음식 사진을 들고 무작정 거리로 나섰지만, 베트남이나 중국이 아닌 다른 국적 이주민들을 만나거나 한국말에 서투른 이주민이 엉뚱하게 알려준 단어를 음식 이름으로 착각해 알아오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이었다. 이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알아낸 음식 이름과 재료를 구입해 사무실로 돌아오지만 아이들에게는 요리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이 아이들은 ‘국경 없는 마을’에서 진행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국경 없는 마을 RPG(롤 플레잉 게임)’ 3기 참가자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국경 없는 마을 RPG’은 인기 TV프로그램 ‘런닝맨’을 본떠 국내 최대 이주민 밀집지역 원곡동에서 매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체험을 통해 다문화 사회를 경험하고, 타 문화 이해와 존중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경 없는 마을 RPG’은 1기 학생들이 체험 후 안산지역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있다는 입 소문이 퍼지면서 참가했던 친구들의 추천을 받고 자원해 나선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2기 당시에는 프로그램 참가자 중 이란계 아버지를 둔 한 여학생이 10주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 친구들에게 “나도 다문화 가정 자녀”라며 용기를 내 고백하기도 했다.
3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잔고교 김연진(18)양은 “원곡동은 무서운 지역이라는 편견이 많았는데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해 용기를 내 참가했다”며 “매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친절한 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제는 원곡동에 오는 길이 예전처럼 무섭지 않다”고 밝혔다. (사)국경 없는 마을의 주희란 콘텐츠 플래너는 “원곡동은 그 동안 막연한 두려움의 공간으로 비쳐지거나 이주민들을 불우한 이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아이들이 직접 이주민들을 만나 교감하면서 그들 또한 한국을 잘 알고 사랑하는 친구들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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