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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래 들으니 고향에 있는 가족 생각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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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래 들으니 고향에 있는 가족 생각 나네요"

입력
2012.11.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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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네다 동포여러분 형제여러분…"

3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 탈북인 공연단체 '평양민속예술단'의 단원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율동하며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부르자 객석 관객들은 정말로 반갑다는 듯 웃으며 하나 둘씩 따라 불렀다. 관객 상당수는 탈북자들이었다. 애증이 교차하는 북녘 땅을 등지고 중국 등을 거쳐 남한에 정착한 이들이다. 오랜만에 남한에서 듣는 북한 가요가 향수를 불러일으켰는지, 흥겨운 리듬임에도 고향 생각에 눈을 지그시 감거나 눈물을 훔치기도한 관객들도 보였다.

이날 행사는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서울장원로타리클럽, 서울아버지합창단과 함께 마련한 탈북주민돕기 자선음악회 '가을밤! 사랑이 머무네'다. 행사엔 서대문 지역에 사는 탈북 주민 131명과 이들을 후원하는 로타리클럽 회원 등 1,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남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에게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문화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탈북자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인 행사가 생소한 듯 했지만 성악가 박현재 박정원 고성진씨가 가곡 '못잊어', '내 맘의 강물' 등을 노래하고, 라틴팝 그룹 '잉카 엠파이어'의 연주가 이어지자 어느새 다른 관객들과 하나가 됐다.

7년 전 부모, 아들 등과 함께 탈북해 서울 남가좌동에 정착한 김모(45)씨는 "(공연을 보면서)북에 있는 남편과 친지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병원 등에서 일하며 뒷바라지 해온 아들이 중ㆍ고교를 졸업한 뒤 올해 서강대에 진학했는데, 경찰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들이 북한식 억양과 발음 때문에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서대문서 양찬호 경위가 담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경위는 "일반 학생들은 탈북자에 대해 전혀 몰라 학기 초에 1일 교사로 30분 가량 북한의 현실과 탈북자의 처지 등을 설명해주고, 대학 지도교수에게도 이런 사정을 전했다"고 귀띔했다.

2010년 탈북한 뒤 국내 대학에 들어가 외교관을 꿈꾸고 있는 이모(29)씨도 음악회에 초청해준 왕규상 경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왕 경위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을 달고 산다"며 "욕을 섞어가며 주민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북한 경찰(안전원)과 너무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입장료 등 행사 수익금은 전액 탈북자 돕기에 사용된다. 박생수 서대문서장은 "일선 경찰서가 탈북자와 후원자 대상으로 대규모 음악회를 여는 건 흔치 않다"며 "앞으로도 행사를 확대해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돕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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