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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한반도는 실크로드 오아시스 육로의 동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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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한반도는 실크로드 오아시스 육로의 동쪽 끝"

입력
2012.11.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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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34년 중국 연변에서 태어났다. 중국 베이징대를 수석졸업한 그의 국적은 중국과 북한, 레바논, 필리핀에 이어 현재 대한민국이다. 바로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 말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교수간첩 정수일(78)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이야기다. 파란만장한 일대기의 정 소장이 중동전문가, 문명교류 분야의 석학, 12개국 고대언어에 정통한 언어학자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2013 경주-이스탄불 세계문화엑스포'의 핵심사업인 '경주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경북도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프로젝트 설명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그를 만났다.

_현재 실크로드는 3개 루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크로드란 무엇인가.

"실크로드, 즉 비단길이라는 개념이 나온 시대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1870년대 독일 지질학자 리흐트 호펜이 여러 지역을 누빈 끝에 비단이 발견된 지점을 이어 중국 중원∼인도 서북해안 구간을 실크로드라 명명했다. 그 전에는 실크로드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 1910년쯤 중국∼시리아 구간으로 확장됐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초원로, 오아시스육로, 해로 등 3개 실크로드는 1960년대 정립됐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실크로드라는 개념이 점점 확장되고 있는 과정이다."

_저서 에서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한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루트와는 다른데.

"현재 통용되고 있는 실크로드 3대 간선로는 교역과 무역을 중심으로 구대륙에 국한돼있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문명교류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 맞다. 인류사를 통틀어 볼 때 콜롬부스의 뱃길, 감자의 전파 경로 등을 포함, 문명교류의 루트로 재해석해야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아메리카 신대륙까지 실크로드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 한반도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라는 것은 오아시스육로에 한정할 때 그렇다는 말이다."

_그렇다면 실크로드는 어떤 형태가 되나.

"구ㆍ신대륙에 걸쳐 동서로 3대 간선, 남북으로 5대 지선을 갖는 '망상', 즉 그물망 형태가 된다. 3대 간선마다 말과 낙타, 범선 등 주요 교통수단이 다르고, 특산물이 차이가 있으며 인종도 구별되지만 문명이 교류하는 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_국내에는 '실크로드학'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역사를 연대기에 따라 수직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일신라시대일 때 세계는 어땠는 지, 이런 수평적 역사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역사는 상호 교류 속에 이뤄지는 것이다. 실크로드학도 수평적 역사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부연하자면 실크로드학을 개척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한국연구재단에도 수 차례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해당 분야 박사 수를 갖고 자격 심사를 하는 바람에 번번이 떨어졌다. 신학문에 박사가 있을 리 없지 않느냐. 인문학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_'경주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이제 가동됐다. 앞으로 계획은.

"문명교류의 흔적을 밝혀 이론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경주 실크로드 대감을 편찬하고, 국내에도 실크로드 대사전을 발간해야 한다. 실크로드에 스며있는 신라문화와 신라인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현지 답사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우선 12월에는 경주에서 중국 실크로드 학자들과 만날 계획도 있다."

_'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무함마드는 아랍권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이름이고, 깐수는 레바논의 한 부족 명칭에서 따 왔다."

_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을 때 필리핀 국적을 갖고 있어 국제법상 국외추방을 요구할 수도 있었는데, 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적이라고 말했나.

"사실이니까."

_중동에서 중국외교관으로 일하던 중 북한행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관심있는 분야가 '문명교류학'과 '민족주의'다. 조선족 출신으로 평소 조국의 통일에 대해 고민하던 중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국가인 북한으로 가게 됐다. 통일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였다."

_수감생활을 끝나고 몇 년간 무국적자로 있다 우리나라 국적을 획득했다.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대한민국도 조국이다. 한 민족인데 안될 일이 무엇인가. 분단이 가장 큰 비극이다. 이제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통일을 해야 할 때다."

●약력

중국 외교부 연구관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 연구관

평양국제관계대학 동방학부 교수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

튀니測淪?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

단국대 사학과 교수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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