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널리 쓰이는'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는 임직원이 비영리단체나 기관에 정기적으로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도 동일한 금액을 1 대 1로 후원하는 제도.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기부 형태이지만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제철도 2005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다른 대기업들처럼 신청자에 한해 매월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회사가 같은 액수를 출연한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매칭 그랜트는 조성된 기금을 단순히 기부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구성원들의 정성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회사가 주도해 다양한 봉사활동의 종잣돈으로 투입한다.
'희망 집수리 사업'과 '초록수비대 어린이 환경 교실'은 실천형 나눔을 지향해온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희망 집수리 사업은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매칭그랜트 캠페인'을 통해 일반인 지원자까지 아우르는 봉사 축제로 거듭났다. 올해도 지난달 9~12일 인천 포항 당진 서울 등 사업장별로 캠페인을 실시해 대학생ㆍ주부 봉사단 수백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해피 예스 대학생 봉사단원인 이현규(이화여대 통계학과)씨는 "평소 기업들의 봉사활동을 생색내기로만 생각했는데, 어려운 이웃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보니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집수리 사업의 품질을 한층 개선했다. 주택 개량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한 것. 요즘 철강업계에선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는 일이 최대 화두인데, 현대제철은 이런 녹색경영 전략을 사회봉사에 접목했다. 주택에너지 효율이 올라가면 가구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1톤, 10년 후에는 1만8,000톤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지금까지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거쳐 새 집으로 탈바꿈한 가구는 총 306곳. 현대제철은 향후 2020년까지 사업장이 위치한 경북, 충남 지역 1,000세대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선물할 계획이다.
초록수비대 어린이 환경교실은 매칭그랜트 사업의 또 다른 축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미래의 환경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초록수비대 3기 환경캠프에는 인천 포항 당진 지역의 초등학생 80명이 참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했다.
사내에 매칭그랜트의 성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참여폭도 크게 확대됐다. 올해 캠페인에는 592명의 임직원이 신규 가입하고 189명은 기부금액을 늘렸다. 전체 참여율도 마침내 50%(4,350명)를 돌파, 양이나 질에서 확실한 기업이미지 개선 사례로 뿌리내렸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연중 봉사활동 외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방배 3동 판자촌을 찾아 토사 제거와 물품 정리에 힘을 보탰다. 이 곳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데다, 언론의 관심에서 비껴난 탓에 봉사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었다. 또 올해 추석에는 불우 이웃 1,500여 가정에 차례 준비에 필요한 제수용품을 전달하고, 각 지역 복지기관에 3,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지난 3월 전 사업장에서 475명이 참여한 헌혈캠페인도 헌혈에 대한 무관심으로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웃이 건강해야 기업도 활력을 얻어 국민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며 "지역민과 끊임없는 소통ㆍ교감을 통해 동반성장하는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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