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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생각을…' 조형물도 막지 못한 가장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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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생각을…' 조형물도 막지 못한 가장의 죽음

입력
2012.11.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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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로 선친에게서 이어받은 가업을 접고 재기를 꿈꾸던 베이비부머 세대 가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3일 오후 5시15분쯤 마포대교 북단에서 이모(49ㆍ충북 청주시)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 한강에 투신한 뒤 영등포 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지 6시간 만에 숨졌다. 이씨가 투신한 곳은 최근 서울시가 자살방지를 위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을 설치한 지점에서 불과 200m 가량 떨어져 있다. 현장에는 이씨의 신발, 외투,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목격자 우모(24)씨는 "당시 불과 5~6m 떨어진 곳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떨어져 119에 신고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90년대 중반까지 충북 청주시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가업인 벽돌제조 공장을 두 남동생과 꾸려왔다. 생활 형편도 아내와 3남매를 부양할 정도라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IMF 사태로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세는 기울었고, 2007년 끝내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씨 3형제는 뿔뿔이 흩어졌고, 이씨는 아내와 함께 화장품 가게를 운영했지만 경기불황으로 사정이 녹록지 않아 또 접어야 했다. 이 때문에 생긴 우울증으로 이씨는 10년 가까이 약을 복용했다. 최근 이씨는 동대문 의류매장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제작 사업을 구상하고 중국 상하이 등을 오가는 등 재기를 노렸지만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이날 오후 가족에게 여느 때처럼 "잠시 서울에 다녀오겠다"며 청주 집을 나섰다고 한다. 이씨의 아내는 "평소 사업 준비 때문에 서울을 자주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왔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설마 그런 생각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를 남기지 않아 정확한 동기를 알 수 없으나 이씨의 지인들이 '이씨가 최근 사업을 새로 준비하면서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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