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잔불 정리와 인명수색 작업을 벌이던 25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 실종 5시간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소방관은 남몰래 기부와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인천 부평소방서 갈산119안전센터 부센터장인 김영수(54) 소방경은 동료소방관 50여명과 함께 지난 2일 오후 7시16분쯤 발생한 부평구 청천동 물류창고 지하2층 화재현장에 투입됐다. 화재는 12분만에 곧바로 진화됐지만 잔불정리 작업이 계속 진행되던 중이었다. 화재현장은 음식물 포장재와 인테리어 소품 등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로 가득 찬 상황. 수색 두 시간여만인 오후 9시30분쯤 김 소방경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인천소방본부는 인근 3개 지역 소방대원을 포함한 380여명과 연기를 빼내기 위한 배연차 7대를 동원, 전방위 수색에 나섰지만 김 소방경을 쉽게 찾지 못했다.
화재가 난 물류창고 지하 2층의 면적이 축구장보다 넓은 9,068㎡에 달했고, 통로마다 의류상자 등이 쌓여있어 미로를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화재현장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아 바로 앞에 동료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소방경은 다음날 오전 2시52분쯤 물류창고 지하 1층 연결 계단 주변에서 발견됐다. 대대적인 수색 5시간만이다.
또 다른 소방관은 "이런 형태의 순직은 흔한 편이 아니어서 동료들도 모두 의아해 하고있다"며 "현장에 투입되면 무전으로 지휘팀과 계속 교신을 하는 데 지하 2층이어서 통신장애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의 지하층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항상 2인1조로 활동해야 하며 방향감각 상실 우려에 따라 로프나 라이트라인(Lightline)을 설치토록 돼 있다. 인천소방본부는 오는 5일 오전 9시 영결식이 끝나는 대로 사고 조사 및 지휘 책임여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인하대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동료소방관 등 2,000여명이 조문했다.
한편 1988년 임용된 김 소방경은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10년 간 결혼식을 미루다 모친이 별세한 지난해 기부와 봉사활동을 함께 했던 부인과 늦깎이 결혼식을 올린 효심 깊은 소방관이었다. 친구 윤창섭(54)씨는 "자신의 은사들 명의로 장학회를 만들고 계속 후원했다"며 "양복 한 벌이 없을 정도로 검소했지만 10여년 전부터 남몰래 양로원과 고아원 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 월급의 대부분을 남 돕는데 썼다"고 기억했다. 한상대 인천소방안전본부장은 빈소를 찾아 옥조근정훈장을 유족에게 전하고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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