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 마네, 로트렉이 그랬듯이, 프랑스 사실주의·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혼자 술 마시는 여인'은 인기 테마였다. 당시 여성에게 금기시되던 음주와 흡연을 화폭에 담아 자유로운 영혼과 당찬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표현하고자 했다.
반 고흐는 모델을 구하지 못해 네 번밖에 그리지 못했는데, 그 중 한 점이 이 작품이다. 파리 클리쉬 대로(Boulevard de Clichy)에서 카페 겸 선술집 르 탕부랭을 운영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는 반 고흐의 연인이었다. 짝사랑에 익숙했던 그에게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던 두 명 중 한 명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자신의 카페에 반 고흐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 줬고, 주로 꽃 정물화를 벽에 걸었다.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섬세한 붓질로 눈길을 끄는 이 작품을 통해 반 고흐의 삶 또한 유추해 볼 수 있다. 세가토리 왼편에 그려진 일본 판화로 반 고흐의 취미를 알 수 있고, 반 고흐 미술관의 엑스선 촬영 결과 이 그림 아래에 또 다른 여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엑스선 촬영사진은 이번 전시에 함께 걸린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II:반 고흐 in 파리' 전은 11월 8일부터 2013년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문의 1588-2618.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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