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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빚갚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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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빚갚사'의 반란

입력
2012.11.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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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지 돈이야 자나"라는 속담이 있다. 낮이나 밤이나 공휴일에도 이자는 쉬지 않고 불어나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서민들이 만들어 낸 비유겠다.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이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골칫거리였던 모양이다. 체코의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의 에 따르면 이자를 받는 것이 죄인지 아닌지에 관한 논의는 1,000년 동안 지속되었다. 구약은 유대인이 동족에게 이자를 받는 것을 명확하게 금했지만 타국인에게는 허용했다.

■훗날 기독교인들은 이런 금지조항을 자신들에게도 적용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 행위는 금지되고 공개적으로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자 없이 돈을 빌려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기독교는 유대인이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주는 행위는 허용했다. 대금업은 중세시절 유대인들이 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에 속했다. 에 나오는 샤일록도 유대인이다. Bank(은행)는 대부업자들이 앉았던 이탈리아어 벤치(banci)에서 유래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h)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을 기생행위 또는 부당이득으로 간주한다. 이 율법에 맞춰 개발된 금융상품 중 대표적인 것이 수쿠크(Sukuk)라는 채권이다. 막강한 중동의 오일머니가 근간인 수쿠크는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지 않고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 우리 정부는 18대 국회 때 '수쿠크'를 발행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했으나 종교계 등의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됐다.

■'빚 준 상전이요, 빚 쓴 종'이라고, 빚진 사람은 채권자가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채무자를 위한 시민단체인 `빚을 갚고 싶은 사람들(빚갚사)'이 최근 출범해 활동을 시작했다. '빚갚사'는 채무자들을 모집해 금융권에 집단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해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집단 개인파산 신청 등을 할 계획이라 금융기관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자수입을 위해 서민들에게 마구잡이로 대출을 장려한 금융기관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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