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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나로호, 그불편한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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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나로호, 그불편한 진실들

입력
2012.11.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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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KSLV-1) 소식을 접할 때마다 속이 답답하다. 시원하게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우주로켓 분야에서 지진아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스마트폰으로 애플과 맞장을 뜨고, 자동차로 미국과 일본의 잘 나가는 회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는 산업기술 강국이 어찌하여 로켓 기술에서는 하늘만 바라보며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가. 조만간 3차 발사 시도를 앞두고 초비상 상태에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앞당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로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춰보자.

먼저 정부와 언론이 나로호를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 물론 순수 독자기술로 우주로켓을 쏘아 올린 나라는 독일뿐이고 미국 일본 등도 엔진을 수입해서 썼다고 하지만 핵심기술인 1단 로켓 엔진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완제품으로 구매해서 사용한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 엔진을 만들지 않는 것과 못 만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자국의 영토에서, 자국 로켓으로, 자체 제작한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린 위성 자력발사 국가 그룹인 스페이스 클럽 가입 운운도 무의미한 얘기이다.

다음은 액체 엔진 기술 이전에 관해 러시아와 맺은 계약 경위와 내용이다. 정부는 러시아와 체결한 2004년 한러 간 우주개발협력 협정과 2006년 우주기술보호협정(TSA) 문서에는 애초부터 엔진 기술 이전 조항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당초 러시아와 공동개발하기로 했으나 러시아 측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위반 논란에 휩싸이자 TSA 체결을 요구했고 우리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자 액체 엔진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관계자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엔진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와 구체적인 협력 규모와 범위에 대한 부분을 합의하지 않은 채 러시아가 기술이전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나로호 2차 실패 때도 그랬지만 3차 발사연기 원인 조사 작업도 우리 손을 떠날 수밖에 없다. 고무링 파손 조사 결과가 오늘 나온다지만 조사과정에서 배제된 우리로서는 그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3차 발사 시도에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미룰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든 걸 틀어쥐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번 발사 실패 책임을 자인하면 국제적 망신을 살 것이고 결국 우주산업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로켓 발사에 계속 실패한 나라의 우주기술을 누가 믿고, 또 구입하겠는가.

끝으로 이번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발사 성공의 의미는 러시아가 개발한 시험 엔진이 무사히 임무를 다한 후 우리가 제작한 2단 로켓의 작동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정도이다. 성공했다고 우쭐할 것도 없지만 실패했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어차피 그 핵심기술은 우리 것이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동안 나로호 발사 시도를 통해 발사 운영체제와 과정을 얼마나 터득했는가 이다.

나로호 발사 성패와 상관없이 한국형발사체는 추진해야 한다. 팽창하는 우주산업 시장(2011년 기준 2,898억달러)에 참여하고 우주공간 확보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우리 발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로켓 기술은 우리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이다. 정부는 나로호에 10년 동안 약 8,50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아직 기술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북한이 개발한 로켓 은하2, 3호에 비하면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 정부는 2021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들여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하늘 길을 빨리 열려면 그동안 실수와 실패부터 되돌아보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꾸준히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최진환 문화부장 choi@hk.co.kr

최진환 문화부장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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