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을 앓고 있는 A씨는 2010년 4월 직장동료 B(30)씨와 유흥주점을 다니며 업소 여직원 C(28)씨를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가벼운 조울증을 넘어 ‘양극성 정동장애’(기분 및 수행능력의 변화를 유발하는 뇌 기능장애의 일종)를 진단 받을 만큼 증상이 악화돼 있었다. 그러나 C씨를 좋아하게 된 A씨는 아버지에게 빌린 돈 2,000만원으로 C씨에게 명품을 선물하는 등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를 지켜본 동료 B씨는 C씨와 같은 유흥주점 여직원 D(23)씨 등과 공모, A씨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이용해 돈을 가로채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우선 “C씨가 선불금으로 받은 9,8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일본으로 팔려갈 수 있다”고 A씨를 속여 3억여원의 공증서와 차용증을 받아냈다. 이들은 이어“C씨가 술집 인수를 하려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A씨가 보유한 회사 주식 1만주(5,000만원 상당)에 대한 주식양도양수계약서를 편취했다. 또 다른 인물을 동원해 A씨 명의로 술집 인수자금 1억1,600만원의 채무를 면제 받는 등 A씨의 재산 총 3억6,600여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A씨가 피해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B씨 등을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곽윤경 판사는 사기 범행을 주도한 B씨와 D씨에게 각 징역 4년,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가 호감을 가졌던 C씨도 징역 1년4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B씨 등은 뒤늦게 피해사실을 깨달은 피해자를 조롱하기도 하고, 수사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말을 맞춰 진술을 번복했다”며 “계좌ㆍ통화내역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범행이 드러나게 된 점 등을 감안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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