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쭉날쭉' 특검 임명방식
정치권 당리당략 이용
공정성 시비로 늘 잡음
2. 검사·수사관들 파견 기피
특검이 필요 인력 뽑아
수사역량 제고 필요
3. 제한된 수사 범위·기간
길어야 3개월 활동
실체적 진실 발견 한계
4. 제 역할 막는 태생적 한계
독립된 수사 보장
'상설 특검' 공론화 필요
특검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동안의 특검 수사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현 상황에서 특검 제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검찰을 견제하는 동시에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압박할 수 있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특검이 검찰의 견제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하게 할 개선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특검 인선부터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 특검의 임명 방식은 제정된 특검법에 따라 들쭉날쭉 했다. 때로는 대법원장이, 어떤 경우에는 대한변호사협회와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식이었다. 이번 내곡동 특검의 경우에는 야당이 추천하도록 해 논란이 컸다.
따라서 일관성 있는 임명 방식으로 특검의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불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의 특검이었던 차정일 변호사는 "정치권에서 특검을 당리당략을 위해 이용하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검 선정 주체를 변호사단체 등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 있는 중립적 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계 인사들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특검을 임명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능력 있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특검 파견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급하게 수사팀을 꾸리다 보니 명망 있는 인사의 영입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특검팀이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검찰 특수부서의 드림팀보다 수사 역량이 앞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미 검찰이 훑은 사건을 다시 뒤져 뭔가를 더 얹어야 할 특검팀 입장에선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특검 파견 검사 출신의 검찰 중간 간부는 "특검이 수사에 적합한 파견검사와 수사관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한된 특검의 수사 범위와 기간을 연장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검 수사는 짧게는 30일, 길게는 90여일에 불과하고 특검법에 규정된 사안만 수사하게 돼 있어, 실체적 진실발견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게 과거 특검에 참여했던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 특검의 경우 통상 수사 기간이 3~5년씩 장기간이고 수백억원의 예산에 미연방수사국(FBI) 요원 등 수백명을 수사에 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BBK 의혹 사건 특검의 수사 기간은 40일, 같은 해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 특검은 99일이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특검이었던 민경식 변호사는 "미국의 특검은 '2년이든 3년이든 진실이 뭔지 끝까지 밝혀라'라고 하는데, 우리는 길어야 석 달"이라며 "미국 역시 지나치게 긴 시간과 비용의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충분한 수사 기간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근본적인 해법으로 특검제의 상설화를 거론하고 있다. 특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조직으로서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종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제3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 특검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론 상설 특검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설 특검이 '옥상옥(屋上屋)'으로서 또 다른 권력 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또 상설 특검을 도입했다가 막대한 예산낭비와 특검의 정치화에 따른 폐해로 다시 원래의 특검으로 돌아간 미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설 특검으로 가기에는 좀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