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스타 김택수(42ㆍKDB대우증권 감독)가 '제2의 세계 정복'을 꿈꾸고 있다. 선수가 아니라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택수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건 용품 브랜드로 세계 탁구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브랜드 '김택수(현성무역)'가 론칭쇼를 갖고 출시를 알렸다. 가족 같았던 버터플라이와의 20년 인연을 접고 경쟁의 길을 선택한 터라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감독을 만나 '김택수' 브랜드의 의미와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탁구 하면 '김택수'
한국 탁구의 새로운 선구자가 탄생했다. 김 감독은 중국을 비롯한 그 어떤 탁구스타도 엄두를 내지 못한 아주 특별한 도전의 출발선에 섰다. '김택수'의 출시는 김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다. 중국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버터플라이에서 생산한'김택수 라켓'은 펜홀더 동호인들의 로망이다. 펜홀더를 사용하는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애장하고 있는 게 바로 '김택수 라켓'. 김 감독은 "탁구 선수의 이름을 걸고 라켓을 낸 것도 제가 최초였다. 그 이후로 '유승민 라켓' 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감독은 현역 은퇴 후에도 라켓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김택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새 역사를 열어보자는 제안이 오자 고심 끝에 수락했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김택수의 브랜드를 입고 뛴다면 그보다 더 감격적인 게 어디 있겠나.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세우고 선수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의미심장한 이유를 밝혔다.
제2의 생일, 제2의 세계 정복
'김택수'라는 네이밍을 그대로 브랜드화한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김택수' 출시를 결정한 현성무역의 이석희 부장은 "사실 김택수 감독이 지금껏 쌓아왔던 이미지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우선은 김택수라는 브랜드가 가진 힘으로 세계 탁구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포석이다. '김택수'가 자리 잡으면 훗날 김택수 선수라는 이미지가 자연히 없어지고 브랜드로 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29일은 김 감독의 '제2의 생일'이다. 김 감독은 "해외에 내놓을 수 있는 국내 브랜드가 없었는데 제 이름을 걸고 세계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뿌듯해 했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김 감독은 만리장성의 벽을 허물고 세계 정상에 섰다. 이제는 '김택수'를 걸고 두 번째 세계 정복을 준비 중인 셈이다.
목표는 '리닝'
김 감독은 상업적 이유보다는 탁구로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김택수' 출시를 결정했다. 계약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는 "일단 '김택수'라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 그리고 수익금의 일부를 유소년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기 때문에 탁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동안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달 중순부터 '김택수' 의류가 출시돼 본격적으로 시판될 예정이다. 라켓은 물론이고 탁구대와 탁구공 등 모든 용품이 '김택수'의 이름을 내걸고 판매된다. 목표는 세계적인 의류업체인 리닝. '중국의 나이키'로 불리는 리닝도 중국 체조영웅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리닝은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가치를 보유했다고 평가 받는다. 한국의 스포츠영웅 중에도 배드민턴 박주봉의 이름을 딴 '주봉 제품'들이 동남아와 한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석희 부장은 "일단 목표는 높게 잡았다. 김 감독과 힘을 합쳐서 국내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키우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안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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