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주희정(35)은 올 시즌 세월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번개 속공으로 유명한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도 후배 김선형(24)에게 내줬다. 문경은 SK 감독은 올 전지훈련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주전으로 내세우는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경기 출전 시간도 15분 가까이 줄었다. 지난 시즌 54경기에서 평균 27분54초를 뛰었지만 올 시즌 8경기에서는 평균 12분20초를 뛰는 데 그쳤다. 평균 득점은 2.5점, 경기당 어시스트는 고작 1.6개였다. 통산 어시스트(4,899개) 1위에 빛나는 포인트가드는 '식스맨'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장은 죽지 않았다. 주희정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주희정은 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14점 4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역대 4번째로 통산 7,800득점 고지에 올랐고 통산 4,900어시스트에는 단 1개만을 남겨놨다.
주희정의 원맨쇼를 앞세운 SK는 KCC를 75-65로 꺾고 7승2패를 기록했다. 또 이날 울산 모비스에 덜미를 잡힌 안양 KGC인삼공사를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랐다. 무려 1,106일 만이다. SK는 김민수가 14점 3리바운드, 애런 헤인즈가 21점 7리바운드를 잡았다.
주희정은 이날도 스타팅 멤버는 아니었다. 김선형, 변기훈(23) 등 파릇파릇한 신예들이 가드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SK는 꼴찌 KCC를 맞아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2-5로 끌려가며 분위기를 내줬다.
문경은 감독은 곧바로 주희정을 호출했다.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의 노련한 패싱 게임이 필요했다. 주희정은 곧바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2쿼터까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5분16초를 뛰면서 12점 3리바운드로 공격을 이끌었다. 슛 성공률은 100%. SK는 전반을 39-34로 마쳤다.
후반에도 주희정의 활약은 이어졌다. 3쿼터 6분2초를 남기고 팀이 44-43으로 쫓기자 다시 코트에 들어와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다. SK는 이후 김민수의 3점, 최부경의 골밑슛, 헤인즈의 덩크가 이어지며 점수를 51-43으로 벌렸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순간이었다.
주희정은 경기 후 "생각 보다 빨리 식스맨이 됐는데 감독님의 선택을 믿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공격 보다는 수비에서 더 집중하고 있다"며 "올 시즌 10개 구단 전력이 엇비슷하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SK는 분명 순위 상위권에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에서는 모비스가 인삼공사를 꺾고 공동 3위로 올라섰다. 모비스는 함지훈이 15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문태영도 12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이날 승리로 모비스는 6승3패를 기록, 인삼공사와 함께 공동 3위가 됐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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